카드사들 3분기까지 선방했지만..."내년엔 혜택 더 줄여야"
카드사들 3분기까지 선방했지만..."내년엔 혜택 더 줄여야"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10.29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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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앞마당식 규제에 전 국민 후생이 줄어드는 현실
2021년 3분기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5개 전업카드사 순이익. (자료=각 카드사)
2021년 3분기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5개 전업카드사 순이익. (자료=각 카드사)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카드사들이 3분기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전혀 밝지 않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들로 인해 내년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수익성 하락에 따라 신용·체크카드 혜택을 더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민간소비지출 대비 카드이용실적이 100%에 근접하는 상황에서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지나친 규제가 전 국민 후생을 다시 한번 저하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 전년 대비는 모두 증가, 전 분기 대비는 3개사 뒷걸음질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5개 전업카드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잠정)은 총 5431억원으로 전년 동기(4642억원) 대비 17% 늘었지만, 전 분기(5729억원) 대비 5.2% 줄었다. 

우선 각 카드사의 올해 3분기 실적(당기순이익)은 작년 3분기 대비 모두 증가했다. 신한카드 1715억원(2.3%), 삼성카드 1395억원(8.9%), KB국민카드 1213억원(32.7%), 하나카드 568억원(15.7%), 우리카드 540억원(92.9%) 등이다. 

이들 5개 카드사의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1조7085억원으로 작년 3분기 대비 증가폭이 31.7%를 기록했다. 규모 기준으로는 신한카드 5387억원(14.6%), 삼성카드 4217억원(35.2%), KB국민카드 3741억원(46.6%), 하나카드 1990억원 (73.9%), 우리카드 1750억원(63.5%) 순이다. 

다만 전 분기 대비 순이익은 KB국민카드(8.9%), 우리카드(10.2%) 2개 카드사만 늘었다. 나머지 3개사는 하나카드(-18.5%)가 감소폭이 가장 컸고 신한카드(-13.8%), 삼성카드(-2.9%) 등이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도 이익 개선세는 다소 둔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3분기 실적 둔화는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0.3%를 기록한 점과 지난 7월 7일부터 인하된 법정 최고금리(연 24→20%) 영향 등이 꼽힌다. 한국은행의 지난 26일 발표에 따르면 3분기 민간소비는 서비스(음식숙박, 오락문화 등)를 중심으로 0.3% 감소했다. 

조달여건 악화에 따라 카드사들의 조달비용도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삼성카드의 신규 차입금 조달금리는 지난 1분기 1.07%로 저점을 찍은 후 2분기 1.43%, 3분기 1.63%로 1년 전 1.41% 수준을 넘어섰다. 금리 상승기 국면에 접어들어 조달비용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여기에 신용카드업의 본업 성장을 제약하는 규제 환경은 더 큰 우려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3분기까지 전년 대비 양호한 실적에도 내년부터 현실화 될 추가적인 '원투 펀치'를 걱정하는 모습이다. 

단종된 '혜자카드'들. (자료=각 사)
단종된 일명 '혜자카드'들. (자료=각 사)

■ 혜자카드 사라진지 오래...업계 동력·소비자 후생 저해 우려 

첫째로 지난 26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카드론이 차주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 규제로 카드론 차주들의 대출 가능한 한도가 줄어들면서 카드사들의 카드론 취급액이 줄어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는 반응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가맹점수수료가 많이 인하되서 신용판매 부문은 적자고 카드론 같은 대출 수익으로 만회하는 상황에서 DSR 규제는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는 특정 카드사가 아닌 업계 전체에 해당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카드사들의 자산 구조가 신판이 과반 이상으로 가장 크고, 그 다음 카드론이 두 번째로 크다. KB국민카드의 3분기 기준 카드자산은 신용판매가 52.6%, 카드론이 24.6%로 전체의 77.2%를 차지했다. 3분기 삼성카드는 신판(67.1%)과 카드론(23.2%) 자산의 합이 전체의 90.3%였다.

두 번째로 연중 결정될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여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맹점수수료율이 10bp(1bp=0.01%p) 내리면 7개 전업카드사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5200억원 줄 것으로 봤다. 이 충격폭은 15bp 하락시 9200억원, 20p 하락시 1조3000억원으로 더 커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 경우 카드사들이 수익성 저하폭을 완화하려면 ▲민간소비 활성화에 따른 카드이용실적 증가 ▲카드대출 및 할부금융 확대에 따른 취급자산 증가 ▲카드사들의 자체적인 비용 및 판관비용 효율화가 동반돼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카드론 자산 증가 가능성은 제거된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로는 금융당국의 과한 개입이 금융소비자 전체의 후생을 점점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이미 카드사들은 금융위의 2019~2020년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방안',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 규제로 카드상품 출시 후 5년간 비용(마케팅·판관비·조달비용 등)이 수익(연회비, 가맹점수수료, 할부 수수료)을 넘으면 안 된다. 관련 규제에 따라 전설이 돼 버린 '혜자카드'는 한 두장이 아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소위 말하는 혜자카드들은 혜택이 높은 카드들인데 이 경우 비용이 수익을 넘어서게 된다"며 "최근 새로 나온 상품들이 예전 없어진 상품과 비교했을 때 매력이 부족한 부분은 규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민간소비지출 대비 카드이용실적은 97.1%에 달한다. 카드사들이 수익성 압박에 신용·체크카드 혜택을 더 축소하거나 연회비를 올려 받아야 할 개연성이 있고, 이는 결국 전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할 금융혜택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배경은 정부 규제 때문인데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의 후생이 많이 줄었다. 올해도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가능성이 있어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전성 규제는 타당하나 마케팅까지 일률적으로 하라는 건 지나치고 공평하지도 않다. 개별 기업의 영업전략·활동에 대해선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 선진화 된 발전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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