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판매량 뚝…반도체도 없는데 배터리는 또 왜
현대차 판매량 뚝…반도체도 없는데 배터리는 또 왜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1.10.0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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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국내 판매량 35%↓…올 들어 낙폭 최대
코로나→생산중단→수급부족→변이코로나…악순환
中 전력난에 배터리업계 긴장…전기차 영향은
사진=현대자동차
사진=현대자동차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장기화하는 반도체 수급 차질로 현대자동차의 판매량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배터리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발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대(對)중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핵심 소재 확보에 노란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2035 전동화'가 목표인 현대차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 9월 판매량 22.3%↓…이달에도 아이오닉 5 전환출고 유도

6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28만1196대를 팔았다. 지난해 9월보다 22.3% 줄어든 수준이다.

국내 시장 판매량은 4만3857대, 해외 시장은 23만7339대를 기록했다. 국내와 해외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4.6%, 19.4% 줄었다. 올해 들어 최대 감소 폭이다.

이에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기록한 누적 판매 대수는 국내 54만842대, 해외 238만5017대를 나타냈다. 해외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지만 국내는 7.3%줄었다.

현대차의 판매량 감소세는 올해 7월부터 3개월째 이어졌다. 특히 국내 시장 판매 부진은 지난 4월부터 계속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현대차는 4월(-1.2%), 5월(-12.4%), 6월(-18.3%), 7월(-22.6%), 8월(-6.5%), 9월(-34.6%) 등으로 낙폭은 차이가 있지만, 감소세가 점차 확대됐다.

현대차는 판매가 줄어든 이유로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을 들었다. 국내 판매는 추석 연휴에 따른 근무 일수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회사 측은 부연했다.

현대차는 이에 지난 6월부터 실시 중인 '아이오닉 5' 대기 고객 전환 출고 이벤트를 이달에도 이어갔다.

현대차의 이달 이벤트·판매 조건에는 아이오닉 5 대기 고객이 차량을 변경해 출고할 경우 ▲넥쏘 100만원 ▲아반떼HEV·쏘나타HEV·더 뉴 그랜저HEV·더 뉴 코나 HEV·디 올 뉴 투싼HEV 30만원 할인 등이 명시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달도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권역별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노력을 이어가는 한편, 빠른 출고가 가능한 모델을 우선 생산하는 등 생산 일정 조정을 통해 공급 지연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 中 전력난에 공장 중단…배터리 수급 촉각

이 같은 상황에서 반도체 수급 불안정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계의 판매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 수급 부족에 이어 변이바이러스까지 번지면서 물량 부족 사이클이 악순환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우려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먼저 제기됐다. 지난달 독일 완성차업체인 다임러의 올라 캘레니우스 회장은 국제모터쇼(IAA)를 앞두고 "반도체 부족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런 사태가 3분기 생산과 판매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CNBC에 따르면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도 "사물인터넷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도 전반적인 반도체 부족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해외 시장 판매(수출·현지 판매)는 전년 대비 15.6% 감소했다"며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재 가장 큰 문제를 빚고 있는 것은 반도체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부품군도 운송 지연·납품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부연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러스트=연합뉴스

최근 중국발 전력난으로 말미암은 상황도 자동차업계에는 악재다. 배터리 핵심 소재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판매 대수가 늘어나는 데 따른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전기차 생산 중단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코발트, 망간 등 중국의 배터리 핵심 소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70%에 달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전력난 여파로 장쑤성을 비롯한 21개 지역에서 전력 공급 제한 조처가 내려졌다. 이에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일제히 설비 가동률을 낮춘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19만8487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전년(12만4114대) 대비 판매량이 59.9% 늘었다. 7월에는 독일 시장에서 한 달간 2372대의 전기차를 팔면서 판매량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는 등 전기차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대차에게 배터리 수급은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는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이나 BYD는 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기 때문에 글로벌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이라면서도 "장기화될 경우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전력난은 중국은 물론 인도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심해질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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