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이기 줄줄...은행들 선제 대응 안간힘
대출 조이기 줄줄...은행들 선제 대응 안간힘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09.29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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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대출을 조이는 은행들이 줄을 잇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추가 규제에 앞서 선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 KB국민 대출 한도 낮춰...하나은행도 검토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한도를 한시적으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전세자금대출 한도는 임차보증금(전세값) 증액 범위 내에서만 실행된다. 예전에는 전세값의 80% 한도에서 기존대출금을 차감한 만큼 돈을 빌릴 수 있었지만 현재는 차주의 소요자금 범위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존대출금 2억원에 임차보증금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2억원 오른 경우 세입자는 임차보증금 2억8000만원까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증액분인 2억원을 넘는 대출은 하지 않는다. 

집단대출의 경우에도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산정가격을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 ▲KB시세 ▲감정가액 3가지 중 최저금액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이 또한 한도를 낮추는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의 대환(갈아타기) 대출도 중단했고, MCI·MCG 가입도 제한했다. 

MCI나 MCG 모두 주담대 관련 보험 상품으로, 가입시에는 은행이 최우선변제금액인 소액보증금을 차감하지 않지만, 미가입시에는 해당 금액을 차감한다. MCI나 MCG 가입을 중단하면 서울 아파트 기준 1건당 5000만원 정도 한도가 준다.  

KB국민은행의 이번 조처는 실수요에 반하는 자금을 걸러내고, 실제 차주가 필요한 소요자금 범위 내에서만 지원한다는 의미다. 

또, 하나은행이 KB국민은행과 같이 전세자금대출을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남은 규제는 전세대출?...당국 결정 촉각   

각 은행에 따르면 IBK기업은행도 지난 23일부터 MCI, MCG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다음 달 1일부터 같은 조처를 한다. NH농협은행은 지난 6월 15일 같은 조처를 취했고, 신한은행은 지난 7월부터 신규 취급에 대해서만 일부를 재개했다. 

신한은행은 증가율이 2%대로, 현재 가계대출 여력이 가장 큰 은행으로 꼽히고 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은 4%, 4% 후반선을 오가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잔액 규모는 40조원대로 5대 은행(120~160조원)보다 작지만, 지난달 기준 5.6%로 한계치에 근접했다. 

이처럼 대부분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인 연 5~6% 목표치를 맞추면서, 한정된 재원 아래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남은 규제처로는 전세대출이 거론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은행들이 연소득 이내로 조치해 더 이상 제한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주담대는 정부가 정책으로 조이고 있다. 남은 곳은 전세대출 뿐"이라며 "문제는 그럼에도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과 실수요만을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아직까지 무주택 전세대출 규제를 공식화한 적은 없다. 하지만 전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전세대출 금리와 조건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다음달 가계부채 추가대책 방안에 전세대출 관련 규제가 담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전세자금 대출 총량 자체는 전체 가계대출 안에서 그리 큰 편은 아니다"며 "안 그래도 금리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건드리면 이 또한 실수요자들의 피해다. 전세대출을 손대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701조568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69%(31조4141억원) 늘었다. 전세대출은 올 들어 15조5124억원(14.74%) 증가하면서 전체 증가액의 49.3%를 차지했고, 대출 종류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잔액은 120조7250억원 규모로 전체의 17%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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