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앤’ 닮은 고아소년 “괜찮아, 내일은...”
‘빨강머리앤’ 닮은 고아소년 “괜찮아, 내일은...”
  • 북데일리
  • 승인 2006.06.0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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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명작 <빨강머리 앤>의 주인공 앤은 타고난 긍정주의자다. 고아로 자란 성장기를 원망하지 않고, 자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무뚝뚝한 마릴라와 매슈 남매에게까지 사랑을 받아내는 천진난만함은 가장 큰 장점이다. 멋대로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앤은 자주 오가는 오솔길을 ‘기쁨의 하얀길’로 이름 붙이고 슬플 때나 괴로울 때 이 길을 오가는 상상을 하며 금새 기쁨을 되찾는다.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마른데다, 머릿결도 좋지 않은 빨강머리를 가졌지만 비관적 상황을 긍정적인 상황으로 돌변시키는 놀라운 재주를 가진 긍정주의로 주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빨강머리 앤>을 발표하기 전 집필한 19편의 단편들이 담긴 <괜찮아, 내일은 다를거야>(대교베텔스만. 2006)에서도 앤을 닮은 긍정주의자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표제작 ‘괜찮아, 내일은 다를거야’에 나오는 고아 소년 체스터. 학교도 보내주지 않고 혹독한 일만 시키는 양고모 밑에서 자란 체스터는 절망을 견디다 못해 가출을 결심한다.

기차에서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장밋빛 부인을 만나며 “세상에는 이렇게 친절한 사람도 있구나. 그러니 아무 걱정할 거 없어. 앞날이 순조롭게 풀릴 거야. 나중에 커서 마음도 몸도 지갑도 넉넉한 장밋빛 어른이 되면 기차와 여객선에서 마주치는 모든 고아소년소녀들에게 미소와 태피(캔디의 일종)와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지”라고 마음먹는 긍정주의자다.

어른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일솜씨와 근면 성실함을 갖고 있는 체스터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아 본 적이 없는 불쌍한 아이. 누구에게도 키스조차 받아보지 못한 체스터가 사랑을 느끼게 되는 살로메 양은 빛이며 희망이다.

“소년은 고단하고 힘겨웠던 짧은 생애를 통틀어 누군가를 사랑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살로메 양을 사랑했다. 마치 개가 주인에게 헌신하듯 살로메 양에게 일편단심인 애정을 바쳤다. 체스터는 오직 살로메 양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일했다. 그녀는 선하고 상냥하고 다정했다. 온화한 태양과도 같은 그녀의 주위에서 소년의 헐벗은 가슴은 온기를 얻고 기지개를 폈다”

아름다운 몽고메리의 문장이 빛나는 초기 단편작 19편을 읽는 기쁨 <괜찮아, 내일은 다를거야>는 산다는 것의 소중함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역경을 딛고 일어난 인물들은 위대한 정치가나 사상가가 아닌 우리 주변 이웃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작고 연약한 이들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먹고, 입고, 자는 것을 해결해야 했던 그들에게 아낌없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살로메 양 같은 인물은 몽고메리 문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주요축이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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