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전체 300조 육박했는데 SC기여도는 0.0089%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SC제일은행의 기술금융 누적 지원 건수가 작년 1월 98건에서 올해 5월 37건까지 하락했다. 지난 16개월간 매월 3.8건 감소한 꼴인데 이런 속도라면 머지 않아 '0건'도 수렴할 수 있다는 우려다.
기술금융은 담보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도 기술력과 성장성이 있다면 은행에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2014년 금융위원회가 도입한 제도다.
■ 수출입은행만큼 특수하게 보이는 SC은행 실적
4일 은행연합회의 '2021년 5월 기술금융 월보'에 따르면 기업·산업·수출입·농협·수협·국민·신한·우리·하나·씨티·SC·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 국내은행 17곳의 기술신용대출 누적건수는 74만6954건으로 작년 1월보다 50.7%(25만1311건) 늘었다.
같은 기간 누적잔액은 209조원에서 293조원 40.2%(84조2129억원) 확대됐다. 은행권 전체 실적은 곧 300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기술신용대출은 은행들이 제공하는 기술금융의 한 영역이다. 기술금융은 보증, 융자, 투자 등 형태가 다양한데 융자로 분류된다. 금융당국은 중소기업 지원 확대를 위해 2014년 1월 제도를 도입하고 각 은행에 참여를 독려해왔다.
대부분 은행들은 이런 활성화 기조에 발맞춰 왔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 은행권 기술금융 잔액은 매년 40조원 이상 규모로 계속 확대,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체 중소기업 대출잔액의 약 30%까지 커졌다.
금융위는 매 반기마다 은행들의 기술금융 실적 및 역량을 평가하고 있다. 공급규모 등 정량지표는 88점 만점, 인력·조직이나 지원역량 등 정성지표는 12점 만점을 준다. 앞서 6월 공개한 작년 하반기 실적 관련 자료에서는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렸다.
금융위는 "전 은행권이 기술금융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이제 기술금융은 새로운 여신관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기술 중심 중소기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미리 대비해 투자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은행별 실태를 보면 금융위의 이런 평가가 100% 맞다고 하기는 어렵다. SC제일은행의 기술금융 실적은 전 은행권에서 거의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국책은행의 특수성이 있는 수은만큼의 특수성을 가진 은행으로 착각하게 할 정도다.
■ 건수 기여는 0.0049%까지↓..."중단은 아닌데..."
SC제일은행의 올해 5월 기술금융 누적 잔액은 262억원으로, 지난해 1월 1000억원과 비교해 73.8% 급감했다. 같은 기간 취급건수는 98건에서 37건으로 62.2% 줄었다.
전 은행권에서 SC제일은행의 기여도는 5월 잔액 기준 0.0089%, 건수 기준 0.0049%다. 작년 1월 잔액 0.0478%, 건수 0.0197%과 비교해 더 낮아졌다.
같이 하위권에 있는 씨티은행(1조1005억원, 3095건), 전북은행(1407억원, 582건), 제주은행(1138억원, 481건)과도 자릿수 차이가 난다. 이들 은행 모두가 동일 기간 취급 실적을 늘린 것과도 대조적이다.
기술금융 실적 상위 9~10개 은행은 외부 TCB(기술신용평가)에만 맡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TCB를 갖추고 있다. 기술사나 변리사 등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조직, 자체평가 모형 등 인프라를 구축해 기술 역량평가의 질적 수준을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높여온 데 따른 결과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술금융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그런 사회공헌 성격이 있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하는 부분도 있다"며 "SC는 기업금융 역량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고,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SC제일은행은 기술금융상품 취급을 아예 중단한 것은 아니라고 확인했다. 그렇지만 기술금융보다는 다른 기업금융에 집중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은행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위해 전 세계 59개 글로벌 네트워크 뱅킹으로 도움을 준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금융이 기업대출도 있지만 파생거래, 채권 등 여러 거래가 있는데 그런 쪽에서는 이익이 되게 많이 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