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김 차장도 손 번쩍...시중은행 연 2회 희망퇴직 명암
40대 김 차장도 손 번쩍...시중은행 연 2회 희망퇴직 명암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07.14 0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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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구조 변화에 평생 신의 직장은 '옛말'
스스로 짐을 쌀 수 있는 은행원들의 나이가 만 40대로 낮아진 데 더해 이제는 연 2회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스스로 짐을 쌀 수 있는 은행원들의 나이가 만 40대로 낮아진 데 더해 이제는 연 2회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스스로 짐을 쌀 수 있는 은행원들의 나이가 만 40대로 낮아진 데 더해 이제는 연 2회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넉넉한 특별퇴직금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인생 2막을 시작하자는 수요가 생긴 탓이다. 은행을 평생 직장으로 바라보지 않는 인식이 커졌다는 증거인데, 줄고 있는 점포수가 같이 거론된다.  

■ 신한·하나은행, 올 여름 특별퇴직 시행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올해 하반기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특별퇴직금은 월 평균 임금 최대 24개월치를 정년 잔여 월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조건이다. 

은행권 희망퇴직은 연말·연초가 일반적이지만, 하나은행은 정기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노사합의에 따라 연 2회로 확대했다.  

이번 신청 대상은 근속연수 만 15년 이상이면서 만 40세 이상 직원으로, 출생연도 기준 1981년 7월 31일 이전 출생자부터가 해당된다.  

은행의 40대 직원은 대부분 차장·과장 책임자급이 많다. 그런데도 준정년 특별퇴직 제도는 신청자가 몰릴 여지가 있어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대상을 선정한다는 것이 은행 측 설명이다. 

앞서 신한은행도 노사합의를 거쳐 지난달 10~14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 결과 만 15년 이상 근속한 1972년생 이상 총 133명의 직원들이 퇴직하게 됐다.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에 전직지원금, 학자금 등을 받는 조건이다. 

■ 연 2회 확산될까...다른 은행들도 '촉각' 

올 여름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희망퇴직자를 제외하고도 지난해 말~올해 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총 2500여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났다. 

연령대는 40대로 이미 낮아졌다. 국민은행은 대상자를 1964~1967년생에서 1965~1973년생으로 넓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희망퇴직 때 1974년생 이상 책임자급을, 농협은행도 같은 시기 만 40세 이상·근속연수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에 포함했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을 잘 만들어 놨거나, 이직 등 제2의 커리어가 가능하다면 조건을 보는 직원들이 꽤 있다"며 "은행도 실적을 잘 내고 있고, 직원들을 잘 챙겨 보낼 수 있는 상황에서 서로 니즈가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40대 직원이 이를 확 반기는 입장은 아니다. 은행권 특성상 A은행→B은행 이직은 거의 없다. 핀테크 기업이나 인터넷은행에선 40대도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해 재취업 가능성도 확실치 않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인이 희망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기회를 원했던 경우에만 반길 것"이라며 "사실 초유의 일이기도 하고, 40대가 이직을 고려하면 이른 나이도 아니다. 호응도를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창구 수요 줄었지만...경쟁력 저하 가능성도

연 2회 희망퇴직 바람의 근본적인 원인에는 금융산업의 구조 변화가 지적된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의 인력 구조 정비는 금융기관의 산업 구조 변화와 관련이 있다"며 "단순 창구 인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터넷뱅킹 이용금액과 건수는 2006년 한은 통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반면, 은행 창구에서 이뤄진 입출금 및 이체 거래는 사상 최저(전체의 7.3%)였다. 이해 5대 은행은 총 236개의 점포를 폐쇄했고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문을 닫을 전망이다. 

다만 은행들의 과한 몸집 줄이기는 자칫 전력손실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은행들은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크로스셀링(교차판매) 전략으로 비이자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데, 향후 이런 강점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건비 절감 측면에서 도움은 되는데 영업력이 후퇴할 수 있어 마이너스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서 교수는 "그렇다고 플랫폼 경쟁으로만 가게 되면 고객들은 시중은행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은행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급속한 전환보다는 수위조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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