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포티’의 책 낭독회가 부러운 이유
‘카포티’의 책 낭독회가 부러운 이유
  • 북데일리
  • 승인 2006.06.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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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감독상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주인공을 맡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에게 남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영화 ‘카포티’(감독 베넷 밀러)는 ‘티파니에서 아침을’ 의 원작자인 작가 트루먼 카포티(Truman Capote 1924?1984)의 치열한 집필기를 다룬 작품이다.

‘카포티’의 주인공 트루먼 카포티를 연기한 배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최근 ‘미션임파서블 3’에서 오웬 데이비언을 맡아 소름끼치는 악역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지만, ‘펀치드렁크러브’ ‘매그놀리아’ ‘25시’ 등 많은 작품에서 연기력을 입증 받아 온 ‘해묵은’ 실력파 배우다.

‘카포티’에서 보여준 호프만의 연기는 가히 “출중하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트루먼 카포티의 목소리는 "알겠지만, 난 어릴 때부터 편견을 받고 살았지. 내 이상한 말투 때문에" 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매우 특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루먼 카포티의 하이톤의 목소리와 소심한듯한 말투를 완벽하게 재현해 낸 호프먼의 연기는 <인 콜드 블러드 : 냉혈한>(시공사. 2006)를 집필하는 동안 작가가 겪었던 극심한 혼란과 고통을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인 콜드 블러드>는 1959년, 캔자스 주의 작은 마을 홀컴에서 일가족 네 명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을 다룬 소설. 뉴욕 타임스에서 이 기사를 접한 트루먼 카포티는 오랜 친구인 <앵무새 죽이기>(문예출판사. 2002)의 저자인 하퍼 리와 함께 취재차 마을을 방문한다. 영화는 실제 살인범인 페리를 만나면서 인간적 동정심과 소설가로서의 창작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작가의 복잡한 심경을 담는다.

눈길을 끄는 장면은 트루먼 카포티가 다수의 대중 앞에서 집필 중인 소설의 몇 대목을 낭독하는 ‘낭독회’ 장면이다.

작품이 완성되기 전에는 내용 공개를 꺼리는 국내 작가들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풍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음산한 마을의 분위기와 살인범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녹아있는 문장 낭독에 좌중은 압도당한다. 작가의 낭독이 끝나자 전원이 일어나 힘찬 기립박수를 보내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미미하게나마 국내에서도 작가들의 낭독회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도서전을 기점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국내작가들의 낭독회, 대형서점을 중심으로 열리고 있는 몇몇 작가들의 낭독회가 그 예다.

텍스트의 질감이 육체화 되는 특별한 체험인 낭독회의 대중화는, 모든 독자들이 갈구하는 소통의 장이다. 보다 많은 낭독회의 개최를 통해 현장에서 만나는 생생한 문학을 보기를, 듣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카포티’의 한 장면처럼 “집필중인 작가들의 작품 일부분을 엿듣고 싶다”는 욕심어린 한 마디 말도 더해, 봉한다.

(사진 = 영화 `카포티` 스틸컷)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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