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출구전략 찾을까...충돌하는 속도론 VS 장기론
씨티은행 출구전략 찾을까...충돌하는 속도론 VS 장기론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1.06.04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영진·이사회 "구조적 제약사항 개선 여지 희박"
통매각 원하는 노조, 콜롬비아 전례 내세워 '반기'
(사진자료=한국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출구전략이 안갯속을 걷는 가운데, 사측의 속도론과 노조의 장기론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자료=한국씨티은행)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출구전략이 안갯속을 걷는 가운데, 사측의 속도론과 노조의 장기론이 충돌하고 있다. 

사측은 그간 전체 매각을 우선순위로 뒀지만 고용승계 부문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점을 설명하며 불확실한 상황이 장기화 되지 않게 출구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사실상 부분매각·단계적 폐지로 향하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해석하고 있다. 

■ "도전적 영업환경·인력구조·인건비 부담" 속 7월 윤곽 가닥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3일 오후 정기이사회를 열고 매각 관련 진행 경과 보고 및 향후 출구전략 추진 방향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 말 이사회 당시 전체 매각,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등의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으나, 구체적 일정이나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주목할 점은 씨티은행의 입장 변화다. 앞서 씨티은행은 통매각을 우선순위로 출구전략을 추진했으나, 지난달 예비입찰 결과 통매각 인수 의향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린 자세로 논의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여기에 씨티은행은 최근 예비적 인수 의향을 밝힌 복수의 금융회사와 기밀유지협약(NDA)를 체결하고 협상 진전을 위한 정식 인수의향서를 요청한 상황이다. 이달 중 상세 실사를 진행한 뒤, 7월 중 본입찰 및 사업부분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전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일부 잠재적 매수자들은 전통적 소비자금융사업의 도전적 영업환경과 당행의 인력구조, 과도한 인건비 부담 등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매각 제약 사항들은 당행과 금융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이기에 긴 시일을 두고 검토하더라도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단계적 폐지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절차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진행상황에 다소 변수가 있을 수 있으나 7월 중에는 출구전략의 실행 윤곽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끝으로 "불확실한 상황이 장기화 되지 않게 출구전략을 추진하면서, 여러분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고 우리사업 가치의 근간인 고객을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를 위해 노동조합과도 마음을 열고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3일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은행장실을 찾았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
지난 3일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은행장실을 찾았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

■ 통매각 원하는 노조, 코로나19 상황·콜롬비아 전례 고려해야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반박했다. 노조는 사측의 전날 발표가 사실상 부분매각-단계적 폐지로 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진창근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현재 부분매각에 대한 인수후보들이 복수로 있기 때문에, 부분매각을 추진한다는 뜻"이라며 "매각 가능한 일부를 팔고 나면, 안 팔린 부분은 영업점 폐쇄, 구조조정 등을 통해 정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씨티은행 노조는 합리적인 출구전략으로 일본과 콜롬비아 등의 선례를 제시한 상황이다. 2014년 일본씨티은행의 개인금융 매각은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나서 빠르게 성사된 편이다.

또 2016년 씨티그룹의 남미지역 철수 과정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3개지역 중 콜롬비아 매각은 여의치 않았다. 이에 콜롬비아 씨티은행은 매각을 철회하고 이로부터 2년 뒤 매각에 성공했다.

다만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전날 임직원 서한에서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 출구전략이 추진되고 있다"며 "이는 씨티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전략으로 과거 개별 국가별로 실행됐던 전략과는 의미가 다르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통매각을 해야 고객, 직원, 은행 모두 윈윈이다'는 노동조합과 금융당국, 국회, 노동계의 공통된 요구에 대해 은행 측에서 적극적인 검토조차 없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현재 소비자금융 관련 직원은 2500명으로 부분매각 시 2000명 이상의 실업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한편 노조에 따르면 같은 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제13차 최고위원회에서 김주영 최고위원은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국회는 외국계 자본에 대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며 "대규모 실업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분매각이나 자산매각을 결코 인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