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 쌓인 꽃잎이라는 생명의 채집...김진숙 작가 강남 연우갤러리 초대전
겹겹 쌓인 꽃잎이라는 생명의 채집...김진숙 작가 강남 연우갤러리 초대전
  • 임채연 기자
  • 승인 2021.05.06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정한 그림은 생명성을 채집하는 것이다”

개나리 형상성 진화시켜 자신만의 회화언어 획득
"봄빛에 흐드러지는 개나리의 군무를 표현하기 위해 추상과 구상, 이미지와 물질이 공존하는 그림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김진숙 작가.

[화이트페이퍼=임채연기자]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형상언어를 이해하는 것이다. 유연한 선의 특징을 파악하고 화면의 조형성,빛의 계조,음영의 밀도 등 작가의 감성을 드러내는 요소를 알아차려야 한다. 작가의 회화언어다. 개나리를 통해 자신만의 회화언어를 만들어 내고 있는 김진숙 작가가 4일부터 30일까지 강남 연우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초봄의 기운이 덮치면 개나리는 맨 먼저 꽃을 피우며 제 존재를 힘껏 알린다. 생경한 노랑의 색채가 주변을 물들이면 그제야 우리는 그곳에 있었던 알 수 없던 덤불이 개나리임을 깨닫는다. 꽃을 달고 나서야 비로소 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개나리의 숙명이다.”

그에게 개나리는 자신만의 회화언어의 기본형태소가 되고 있다. 작가는 집 앞 화단에 거짓말처럼 피어난 노란 꽃무더기의 실체를 알아챈 어느 봄 날 아침, 개나리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회화언어, 나만의 이름을 찾아야 한다는 수많은 시간들의 간절함이 덤불속에서 꽃을 피우며 이름을 되찾은 개나리와 동질감을 불러일으켰다. 오랜 동면에서 깨어난 느낌이었다. 게다가 희망이라는 꽃말까지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에겐 자신만의 회화언어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색채의 운용, 수 없이 많은 꽃송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가 큰 과제였다. 군집된 꽃무더기의 어지러움 속에서 나름의 질서를 찾아주고 가장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형식을 모색해야만 했다.

작품 'Last spring'
작품 'Last spring'
작품 'Ginko'
작품 'Ginko'

“우선은 질감이 필수임을 깨달았다. 단색으로 마감한 바탕에 색면 추상에 가까운 화면을 구성하고 그 위에 모델링 페이스트를 이용해 캔버스 표면에 두툼한 질감을 형성하고 켜켜이 물감을 쌓아 얹었다. 바닥을 성형하는 지난한 작업이 뒤따르며 물감이 마른 후 또 다음 층을 입히는 연속된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작가는 이러한 구성으로 쏟아져 내리는 생명의 흐름을 엮어냈다. 다름아닌 생명의 율동 ’봄의 왈츠‘다. 누군가가 말했듯 진정한 그림은 생명채집이다. 군집으로 피어난 개나리 무더기에서 모티브를 찾았으나 바람결을 타고 흐르는 수양버들이나 봄빛에 흐드러지는 벚꽃의 군무, 때로는 오래 묵어 긴 가지가 출렁대는 은행나무 등으로 시선을 확대했다.

“눈으로 들어 온 자연계의 한 장면을 재현한다는 것은 단지 외형의 닮은 꼴 묘사만으로는 실현하기 힘들었다. 체득했던 장면과 감정을 보는 이도 함께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바람으로 추상과 구상, 이미지와 물질이 공존하는 그림을 만들었다. 전통적인 구상화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내 자신 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은 아직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진숙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그로테스크하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생명의 기운을 보이는 형상성으로 드러내는 ’경계의 미감‘이다.

작품 'Blossom'
작품 'Bloss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