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이름 몰라 굶던새댁, 나물아어딨노
나물이름 몰라 굶던새댁, 나물아어딨노
  • 북데일리
  • 승인 2006.05.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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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僧은 合掌하고 절을 했다/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나는 佛經처럼 서러워졌다//平安道의 어늬 山 깊은 금덤판/나는 파리한 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女人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十年이 갔다/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山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山절의 마당귀에 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백석 ‘여승’)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금광으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옥수수를 삶아 팔던 아낙은 딸마저 잃고 여승이 되었다.

합장하는 여승에게서 풍기는 파리하고도 싸한 가지취 내음은 식민지 민중의 가난한 삶을 말하고 있다.

가지취는 일명 참취나물로 불리는 식용 산나물이다. 취나물 또는 치뚜아리라고도 하는 이 늦나물은 날로 쌈을 싸먹으면 쌉싸름하니 향긋하고 개운한 맛이 난다.

“시집온 새댁이 나물 이름 서른 가지를 모르면 굶어 죽는다”는 말이 있던 시절, 산나물은 민중의 삶과 함께 하였다.

안동 사는 김수연 할머니(68)가 일러주는 <산나물아 어딨노?>(소나무.2006)는 보릿고개 시절 주린 속을 채워주던 70가지 산나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은 야생화로만 알고 있던 들풀들이 봄날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옛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먹을거리였는지를 구구절절 풀어놓는다.

잎이 명태 주둥이를 닮았대서 명태취, 많이 꺾으면 손이 맵다고 꼬칫대, 곰이 나오는 깊은 산에서 난다고 곰취 등 나물이름의 유래를 아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랫동안 민중의 삶의 지혜를 더듬어 온 저자 편해문씨는 “할머니 세대가 먹고 살기위해 절박하게 나물을 찾았다면, 이제 사라져버릴지 모를 산나물을 애절하게 찾고 불러야 하지 않는가”라면서 이렇게 외친다.

“산나물아, 어딨노?”

(사진=‘넘나물’로 불리는 원추리, 꽃 피기 전 어린 순을 데쳐서 먹으면 맛이 있다)

[북데일리 서문봉 기자] munbong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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