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 둔 아빠의 시집 `목련꽃 브라자` 화제
사춘기 딸 둔 아빠의 시집 `목련꽃 브라자` 화제
  • 북데일리
  • 승인 2005.07.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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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생명 CF ‘여자’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우연히 딸의 등을 만진 아빠가 딸이 여성용 속옷을 입은 것을 알고 흠칫 놀라지만 모른 척 한다는 내용이다.

이 CF는 어느새 여자로 자란 딸에 대한 아빠의 미묘한 감정이 실려있다. 일부에선 광고의 시선이 지극히 남성적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사춘기를 맞은 딸과 아빠에 대한 감정이 잘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CF와 유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시집이 출간돼 출간됐다. 바로 복효근 시인의 ‘목련꽃 브라자’(2005. 천년의 시작)가 그 것. 시(詩) ‘목련꽃 브라자’는 사춘기 딸의 바라보는 아빠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만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저자는 빨래줄에 걸린 딸의 ‘브라자’를 보고 이 시를 썼다. 그 `브라자`를 통해 본 딸은 아빠와 함께 목욕하고 물장구치던 예전과 달랐다. 어쩌면 이유없이 토라지고 아빠를 멀리했을지 모른다. 아빠는 그 이유를 잘안다. 시인은 그런 딸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상의 언어로 아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 시는 광고가 나오기 2년 전인 2003년 계간지 ‘서정시학’에 발표됐다. 오히려 시가 CF의 원조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엔 딸의 이름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사춘기를 표현한 내밀한 글이라 딸이 꺼려했을 수도 있는 일. 실제로 독자들은 이런 궁금증을 품었다. 이에 대해 시인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큰 무리가 없었다고 밝혔다.

“신체적인 변화를 포함하여 성장과정에서 보이는 많은 변화를 함께 얘기해와서 그런지 크게 거부반응을 보인다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목으로 정하기에 앞서 설명했더니 이해한다고 하였습니다. 염려와는 달리 무난히 제목을 정했지요.”

복효근 시인은 1991년 계간 시와 시학으로 등단해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등 시집을 발표했다. 1995년 편운문학상 신인상, 2000년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시인은 고향인 전북 남원의 한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사진 = 삼성생명 CF 한 장면, 시집 `목련꽃 브라자`) [북데일리 진정근 기자]gagora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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