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카드사, 숨 막힌다]①출구도 막고 '수수료 인하' 직격탄
['공공의 적' 카드사, 숨 막힌다]①출구도 막고 '수수료 인하' 직격탄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9.05.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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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 중소형 카드사 순익 일제히 급감,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손해 나는 구조...수익 창출도 레버리지 완화로 가능”

'어느날 갑자기' 카드사는 '공공의 적'이 되었다. 자영업자나 정부의 눈에는 수수료로 먹고 사는 '갑'이 되어버렸고, 고객에겐 비싼 금리로 대출해주는 고리대금업자로 보였다. 수입이 훨씬 많은 대기업이 있음에도, 수수료 장사나 하는 못된 망아지가 되었다. 관할 당국인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은 카드사 호소에 귀를 막는다. 왜 금융회사 가운데 유독 카드사만 미운털이 박혔을까. 벼랑 에 몰리는 카드사의 현주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올해 1분기 중소형 카드사 순이익이 일제히 급감했다. 현재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상태로 카드사는 이제 손해가 나는 구조다. 수익 창출이 가능한 레버리지 완화도 규제로 막힌 상태다. (사진=픽사베이)
올해 1분기 중소형 카드사 순이익이 일제히 급감했다. 현재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상태로 카드사는 이제 손해가 나는 구조다. 수익 창출이 가능한 레버리지 완화도 규제로 막힌 상태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11월 26일 금융위는 신용, 체크카드 우대 수수료율 적용 구간을 기존 연 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 가맹점으로 확대했다. 연 매출 5억~10억원 가맹점 평균 수수요율이 2.05%에서 1.4%로, 10억~30억원인 가맹점은 2.21%에서 1.6%로 각각 0.6%포인트 정도 내려간다. 아울러 금융위는 연 매출 30억~500억원인 일반 가맹점도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을 2% 이내로 인하하도록 유도했다.

수수료 인하가 적용된 올해 1분기 카드사들은 수익이 일제히 급감했다. 신한카드 169억원(-12.1%), 롯데카드 167억원(-38.7%), 우리카드 153억원(-38.9%), 하나카드 73억원(-28.6%) 줄었다. 

“카드사는 사업 자체가 카드 수수료율과 모든 게 연결돼 있습니다. 12년 동안 매년 한번씩 내렸어요. 영세 중소가맹점이라고 우대 가맹점이 전체의 96%인데 이건 너무 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연매출 5억원 정도 자영업자라고 하면 어렵다는 게 이해가 되는데, 연 매출 30억 자영업자가 과연 영세한 업자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카드수수료율 조정으로 수익에 직격타를 맞은 카드사 한 관계자의 이야기다.

카드사가 이런 상황만 놓고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은 아니다. 카드사는 일반 대기업, 대형가맹점에게도 미운털이 박혔음은 물론이다.

카드사 또다른 관계자는 “문제는 당국이 나서서 카드사와 대기업 사이에 중재 역할을 해주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수수료로 사업을 하는 게 카드사의 일인데 카드사는 여기저기서 죄인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제로페이’로 자영업자를 살리겠다며 또다시 카드사 숨통을 죄고 있다.

여기저기서 뭇매를 맞는 카드사는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다. 문제는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사의 수익과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사 수익과 모두 연결돼 있습니다. 카드사 수익 줄어주면 카드사는 비용 줄여야 하고, 비용을 줄이면 판매비, 마케팅비를 모두 줄여야하는데 카드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 당국은 카드사에게 신규 시장을 찾거나 규제샌드박스에서 신규 사업을 찾으라고 하는데 카드사는 신규 데이터 산업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고 그냥 기존에 하던 걸 하지 못하게 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읍소했다. 

거의 매년 발생하는 수수료 인하로 숨통이 조이는 카드사가 당국에 요청하는 건 ‘레버리지 비율 완화’다. 그런데 이것도 카드사들은 강력하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로 사업을 하는 것 자체를 ‘고리대금업자’로 취급하는, 금융업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그런데 은행, 저축은행들은 그렇게 먹고 산다. 유독 카드사만 과거에 벌어졌던 카드대란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레버리지란 자산투자로부터의 수익 증대를 위해 차입자본(부채)을 끌어다가 자산매입에 나서는 투자전략을 총칭하는 말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어떤 자산투자로부터의 수익이 차입비용을 지불하고 나서도 남을 것으로 판단한다면, 대출 및 각종 금융수단 등의 방법으로 추가 자금을 차입해서라도 자산 매입에 나선다. 부채에 근거한 투자인 것이다. 이때 자기자본에 비해 부채가 더 많으면 ‘과다차입’ 상태다.

특히 중소형 카드사들은 레버리지 비율 완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수수료 인하 직격타를 맞은 건 중소형 카드사다.

수수료 인하가 적용된 올해 1분기 중소형 카드사들은 수익이 일제히 급감했다. (표=화이트페이퍼)
수수료 인하가 적용된 올해 1분기 중소형 카드사들은 수익이 일제히 급감했다. (표=화이트페이퍼)

카드사 한 관계자는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는 이제는 손해가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출 서비스로 벌충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데 현행 레버리지 비율을 (최대 6배) 그대로 고수하면 더 이상 취급액을 벌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진다"면서 "중소형 카드사는 정말 자본금을 확충하든, 취급액을 줄이든 그렇게 가야하는 상황이라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토로했다. 

당국은 건전성 관리로 규제 완화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카드사는 답답하다.

카드사 또다른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아지면 건전성이 악화된다고 하는데 아예 경영 자체가 힘들어진다면 도대체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카드사는 무조건적인 레버리지 비율 완화를 원하는 게 아니다. 또한 정부가 말하는 새로운 수익 창출도 레버리지 완화로 가능한 일이다.

여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가 출혈 대출 경쟁, 출혈 자산 점유율 경쟁으로 자산을 늘리는 영업행태를 막는 등 카드사가 건전성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사전에 마련해주고 비율 규제를 완화해주면 된다”며 “레버리지 비율을 조금만 완화해주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는데 현재는 카드사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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