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정치인을 향한 `反더듬이 정치학`
성추행 정치인을 향한 `反더듬이 정치학`
  • 북데일리
  • 승인 2006.03.09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많은 절지동물의 제1두부 부속지(附屬肢)에 속하는 기관으로, 음침한 곳에서 그 빛을 발한다. 만만한 여자가 앞에 있으면 ‘식당 아줌마’로 지각하고, 여지없이 틈새를 파고들어 중원을 유린한 후 쥐새끼처럼 잠적한다. 우리는 이런 신종 변이동물을 ‘더듬이’라고 부른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더듬이춤’에 이은 ‘더듬이정치인’에 대한 지식 설명이다. 방송 프로그램 ‘스펀지’에 나와 “정치인은 ooo가 발달되어 있다”는 문제도 나올 법한 슬픈 한국정치...

음모이론에 따르면 18세 이상 선거연령조정을 반대하는 논리 중 하나는, 정치인들이 노래방에서 “더듬고 훑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장면을 은폐하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페르난도 사바테르가 쓴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정치학>(웅진지식하우스.2006)은 이런 “뇌가 없는 ‘더듬이 정치인’에게 사회를 맡겨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씌여진 책이다.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제도에 대해 의견을 내야 하는 이들에게 정치가 무관하다면 민주주의는 어디에서 시작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책은 출발한다.

고대 그리스인은 공동체의 일을 논의하는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idiotes`라고 불렀다. `바보’를 뜻하는 영어 단어 ’idiot`가 탄생한 사연이다.

정치가 사회 속에서 바보가 되지 않고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문제인데도, 이 ‘바보’들은 자신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거나 장기적으로 중요한 일에 관심이 없다.

역설적이게도 책은 전체를 하나의 선(善)에 귀의 시키려는 사람들을 ‘공공의 적’이라고까지 말하면서, `진정한 개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진정한 개인주의자는 자신을 위해 타인과의 조화의 필요성을 아는 사람”이라며, ‘삼총사’에 나오는 “모두를 위한 한 사람과 한 사람을 위한 모두”의 관계를 희망한다.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윤리학>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저자 페르난도 사바테르는 자신의 아들에게 이야기하듯 쉬운 문장으로, 딱딱한 주제를 젤리처럼 읽기 좋게 잘 녹였다.

무언가 말랑말랑한 게 못내 그리워지는 밤이면 쓸 데 없는 촉수를 뻗어 남의 속을 더듬거리지 말고, 한 권의 책을 푹신하게 녹여 달게 빨아 마실 것을 권한다.

한편,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최연희 의원의 거취에 대해 검색포털 네이버가 지난 6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네티즌 설문조사에서 9일 오전 현재 1만5천173명이 참가, 84%(1만2천686명)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한나라 탈당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15%(2천292명), 1%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데일리 서문봉 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