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청소일 하는데요? 청소가 어때서!
저 청소일 하는데요? 청소가 어때서!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9.04.04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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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지음 | 21세기북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보편적이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은 수많은 편견에 놓인다는 뜻이다. 그 편견의 출처가 사회이든 자신이든 견디기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러스트 에세이 <저 청소일 하는데요?>(21세기북스.2019)는 스물일곱 젊은이가 꿈과 생계 사이에서 삶의 터전으로 보편적이지 않은 청소를 선택하면서 겪은 이야기다.

저자는 꿈이 일러스트레이터다. 꿈이 직업이라는 등가를 당연하게 여겼던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했지만, 꿈과 현실의 간극에 부딪혔다. 돈 버는 어른이 된 후 그림을 그리고 싶은 열망이 커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위해 노력했지만, 통장 잔고는 금세 바닥났다. 그때 만난 일이 청소일이다. 안정된 수입과 그림 그릴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청소 일로 생계를 이어가며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일은 세상의 편견과 자신의 편견 사이에서 끊임없이 분투하는 시간이었다. 작가도 한때 청소일을 창피하게 생각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림으로 생계가 어려울 때 청소도 너무 힘들 때 친구들을 만나면 대부분 잘 지낸다고 말한다. 혹은 힘들지...라고 말해도 금세 긍정 봇이 된다. 그러곤 집으로 돌아올 때 사실은 안 괜찮아 라고 생각했다. 진짜 마음은 결국 내가 달래야 하는 것.’ (본문 중)

내적 갈등이 있었지만, 저자는 청소일을 통해 배운 것도 있었다. ‘원하는 직업을 가지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생계를 담당한다든지 안정을 담당하고 있는 작업이라도 가치 있는 노동이란 건 변함이 없다.’며 ‘꿈의 카테고리 안에 작은 부분일 뿐 다른 부분들로도 꿈은 충분히 채워질 수 있다’는 노동의 본질적 가치를 깨달았다.

저자는 말한다. 남의 시선을 이기지 못했노라고, 이겼다기보단 견뎠다고 말이다. 그렇게 필요한 일을 해내면서 움츠러들던 마음을 담아 책을 쓰고 그렸다. 또 보편적이지 않은 삶을 선택했지만, 그 선택이 보편적이지 않은 ‘삶’을 선물해주었다 고백한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천태만상의 인간군상이 있는 것처럼 삶의 방식과 색깔도 그러하다. 꿈을 위해 삶의 터전을 청소로 선택한 저자의 이야기는 남들과 좀 달라도 괜찮다는 위안을 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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