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책으로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다?
읽는 책으로 사람 됨됨이를 알 수 있다?
  • 북데일리
  • 승인 2006.03.0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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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지난 4일 창간 86주년을 맞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특집지면을 마련했다.

조선일보는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서울시내 50개 고교1,2학년 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학습실태 설문조사(2002)를 실시한 성기선 가톨릭대교수의 말을 인용 “공부 잘하는 상위 10% 학생들은 책과 신문을 즐겨 보고 영상매체를 멀리했다”고 보도했다.

출판사 마음산책 대표 정은숙 시인은 칼럼을 통해 “책은 유희라고 믿어요. 책은 행복하기 위해 만나는 글자로 된 애인이니까요. 음식을 편식하면 몸에 해롭지만, 책은 좋아하는 것을 읽어야 해요. 그래야 책과 친해지죠”라며 ‘독서편식’을 옹호했다. “늘 즐기는 책 1000권 정도만 한쪽 벽에 진열한다”는 정씨는 ‘좋아하는 책’만 ‘열심히’ 읽는 독서가다.

‘책벌레가 우글거리는 세상’ 에서는 시공을 초월한 ‘세상의 책벌레’들을 소개했다.

이동도서관을 만든 전설적인 책벌레 10세기 페르시아의 총리 압둘 카셈 이스마엘은 여행 할 때 11만 7000여권의 애장본과 헤어지기 싫어 400여 마리의 낙타에 책을 나눠 싣고 다녔다. 20세기 초 독일 역사학자 테오도르 몸젠 역시 책을 사랑한 책벌레였다. 흔들리는 마차에 앉아 책 읽기에 심취하던 그는 옆에 앉은 아이가 시끄럽게 굴자 “얘, 네 이름이 뭐니?” 라고 화를 했는데 아이는 놀란 표정으로 “아빠. 저는 당신의 아들 하인리히예요”라고 답했다.

칼럼은 남에게 책을 빌려주었다가 되돌려 받을 때 보풀이 일지 않았으면 열심히 읽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나무랐던 조선시대 선비 송준길과 함께 조선시대 책벌레 ‘이덕무’를 소개했다.

이덕무의 이야기는 <양반가문의 쓴소리>(김영사. 2006)에서 보다 자세히 다뤄지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이덕무는 “어떤 책을 읽는가”라는 기준으로 사람의 성품을 판단했다.

이덕무가 ‘독서의 질’을 강조하며 예로 든 책은 `소학`과 `근사록`이다. 그는 `소학`이나 `근사록`을 읽으면서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거나 따분해 하는 사람은 성품이 바르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책’만 읽는다는 정은숙 시인과 정반대의 위치에서 내는 목소리다.

`소학`은 1183년경 남송의 유청지라는 학자가 옛 성현들의 말씀을 모아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교재로 편찬한 것인데, 주자가 다듬어 2년 후에 완성된 형태로 내놓았다. 예절서와 선행 사례집이라 할 수 있는 `소학`은 우리나라에도 고려말기에 들어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중요한 아동 교육용교재가 됐다.

`근사록`은 주자가 친구 여동래와 함께 엮은 책과 섭채가 지은 책 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대개 성리학과 관련된 여러 학자들의 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발췌해 편찬한 것으로 우주의 근본 원리, 의리의 본질, 일상생활에서의 실천사항 등을 담고 있다. `근사록`은 성철스님이 젊은 시절 읽은 책에도 끼어 있던 책으로도 유명하다.

이덕무는 “이런 책들을 꺼려하는 사람치고 나쁘게 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바른 도리를 가르치는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은 대부분 천박한 종류임에 틀림없으며, 그런 사람들은 어쩌면 책을 아예 읽으려고도 하지 않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자 소설가인 저자 조성기는 ‘이덕무’라는 인물을 통해 선비의 예절과 몸가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연구했다. 책 본문의 인용과, 명언을 통해 조선시대 대표 책벌레가 남긴 교훈을 ‘현대적’ 방식으로 흥미롭게 해석했다.

(사진 = 이덕무가 즐겨 읽었던 `소학`과 `근사록`) [북데일리 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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