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앞만 보며 살아오셨네 어느새 자식들 머리커서 말도 안 듣네 한평생 새끼들 사진 보며 한 푼이라도 벌고 눈물 먹고 목숨 걸고 힘들어도 털고 일어나 이러다 쓰러지면 어쩌나 아빠는 슈퍼맨이야 걱정마 위에서 짓눌러도 티 낼 수도 없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와도 피할 수 없네 무섭네 세상도망가고 싶네 젠장 그래도 참고 있네 맨날 아무것도 모른 채 내 품에서 뒹굴거리는 새끼들의 장난 때문에 나는 산다 힘들어도 간다 여보 얘들아 아빠 출근한다”
지난해 발표된 싸이 리믹스(Remake & Mix)앨범 수록곡 ‘아버지’의 가사 일부다.
애니메이션으로 발표한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던 싸이의 이 노래는 직장과 가정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우리시대의 아버지상에 쓸쓸히 여운을 남긴다.
박범신 산문집 <남자들, 쓸쓸하다>(2005. 푸른숲)는 갈 곳을 잃어가는 아버지와 남편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통로를 마련한다.
박범신은 `권력자로 만들어진 남자들`의 소외를 이야기한다.
"사내자식이니까 혼자만 쌀밥을 먹고 혼자만 제사상에 절을 하고 혼자만 운동화를 신어야 하고 혼자만 외부사람에게 소개돼야 했다. 울어서도 안 되고 외롭다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이 권력을 길이었다. 어린 아들에게 세계는 가족들이 거의 전부였는데, 그 가족들은 오로지 권력을 섬기는 데 급급해 어린 아들에게 사랑하는 방법, 사람과 사람이 진정으로 소통하는 장법, 세상과 만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 들. 은. 혼. 자. 였. 다."(본문 중)
세상은 이제 더 이상 `그들`을 권력자라 부르지 않는다. 세상은 남자의 권력을 해체시켜 버렸다.
책은 또 좋아하는 음식, 생활습관, 스타일 등 무엇하나 같은 것이 없지만 서로 이해하며 함께 살아온 부부의 모습은 감동을 준다.
"시간의 시험을 통과해 내고 오래오래 함께 걸어가는데 필요한 것은 싶은 이해와 연민이지 스타일에 꼭 맞아야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본문 중)
오랜만에 산문집을 들고 세상 나들이에 나선 박범신의 글은 여전히 가식없는 진솔함으로 `풀잎처럼 눕`고 싶게 만든다.
[북데일리 이진희 시민기자] sweetishbo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