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포스트잇] 금실 좋은 부부의 죽음 숨겨진 사연
[책속의 포스트잇] 금실 좋은 부부의 죽음 숨겨진 사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9.01.31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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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금실 좋기로 소문난 부부가 서울의 한 산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아내는 양손이 묶인 채 목이 졸려 사망했고 남편은 목을 맨 상태였다. 남편의 주머니에 용서를 구하는 유서가 들어있다.

여기까지 보면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자살한 사건으로 보인다. 경찰은 부부의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 남편은 자살이 맞았다. 아내도 목을 조른 교흔이 있었고, 양 손목에도 억압의 흔적으로 보이는 묶인 자국이 있어 타살로 보였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교흔의 흔적이 한 줄로 너무나 일정했으며 손목에 손수건을 대어 아프지 않게 한 점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타인에 의한 목 조름에서는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 반항해 자국이 불규칙하며 근육의 출혈이 심하게 확인되지만, 아내의 목 자국은 일정한 깊이와 저항의 흔적이 없었다. 일반적인 교사의 경우보다 매우 적을 정도였다. 촉탁살인(囑託殺人)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의 목숨을 끊어 이를 영원히 증명할 수 없게 했다. 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알고 보니 평생 성실했던 부부의 전 재산이 사업을 벌인 아들 때문에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빚을 지게 된 사연이 있었다. 이어 아내의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부부는 아내의 상해보험 몇 개를 들고 몇 달 후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아들은 은퇴 후에도 일을 해야 하는 부모의 형편을 답답해하고 안쓰러워했다. 부모에게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며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21세기북스.2019)에 등장하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일부 수정)

자식 때문에 닥친 노년의 그림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도 끝까지 자식을 염려한 한 부부의 서글픈 죽음이다. 저자는 남편이 끝내 자살해 아내의 촉탁살인을 영영 증명할 수 없게 한 것도 자신들의 희생으로 자식의 행복을 지키려 했을 거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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