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순이 진짜 원조 `흥남부두 금순이`
금순이 진짜 원조 `흥남부두 금순이`
  • 북데일리
  • 승인 2005.07.13 0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MBC 일일드라마로 여주인공의 억척스런 인생역정기를 다룬 `굳세어라 금순아`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금순`의 원조는 1950년대다. 1951년 1.4후퇴 직후 현인(본명 현동주)이 노래 `굳세어라 금순아`를 발표하면서 `금순`은 대한민국 모두의 누이가 됐다. 그 이름에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고난한 역사와 억순이같은 삶이 함축돼 있다.

노래를 통해 정치를 엿볼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기타치며 김민기의 `상록수`를 부른 것처럼 노태우 전 대통령도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부르며 개혁성을 과시했다.

대중가요에 얽힌 풍부한 뒷이야기들을 감안한다면 노래로 한국 현대사를 읽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노래평론가 이영미의 `흥남 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2002. 황금가지)는 한국 대중가요의 이모저모를 다룬 책이다. 61년생인 저자는 네 살 때 어른들 앞에서 한명숙의 `그리운 얼굴`을 부르고 과자를 얻을 먹었을 정도로 대중가요에 일찍부터 심취했다. 게다가 열 살 무렵부터는 이미 송창식과 김민기의 팬이 됐을 정도로 조숙(?)했다.

이 시절을 사랑했던 저자의 애정은 당시 사회에 대한 풍부한 서술로 되살아난다. 전차, 노란색 바브민트껌, 펭귄이 그려진 쿨민트껌, 또뽑기 풍선껌, 색색가지 과일향의 왕드롭프스 등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고, 김일의 프로레슬링 열기를 언급하기도 한다.

흑백시절에 대한 추억을 살짝 언급한 뒤 저자는 당시 대중가요 해석으로 들어간다. 시대 분위기에 맞춰 70년대 초반 포크전성기를 이야기하고, 70년대 후반의 트로트붐을 이야기하며, 90년대 댄스음악 열풍을 끄집어낸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금지가요가 된 것도 한일수교로 국민들의 비판에 직면한 박정희 정부가 빼든 카드라는 사실도 소개한다.

역사의 아이러니를 대중가요에서도 읽을 수 있다. 가요에서 `역사성`과 `사회성`을 거세했던 독재시절의 가요에서 오히려 그 시대가 읽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한나라 독립을 위하여 여든 평생 한결같이 몸바쳐 오신 고마우신 이대통령 우리 대통령 우리는 길이길이 빛내오리다`는 `우리 대통령(연도 미상, 박목월 작사, 김성태 작곡)`은 북한의 김일성 우상화에 못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52년곡 `샌프란시코(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장세정 노래)`를 통해서는 당시 미국에 대한 동경에 푹 빠져 있었던 당시 사회를 보여준다. `뷔너스 동상을 얼싸안고 소근대는 별 그림자 금문교 푸른 물에 찰랑대며 춤춘다. 불러라 샌프란시스코야 태평양 로맨스야 나는야 꿈을 꾸는 나는야 꿈을 꾸는 아메리칸 아가씨`.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개혁적 이미지를 보이기 위해 김민기의 `연우무대`를 찾아가 마지막 뒤풀이자리에서 `아침이슬`을 불렀다는 일화도 재미있다.

이 책은 상식을 깨는 재미도 제공한다. 국내 최고의 소프라노라고 알려진 윤심덕이 사실은 지독한 음치였다는 사실. 지금은 `하급문화`로 치부되는 트로트가 일제시대에는 신세대의 고급문화였다는 사실이 자세하게 다뤄진다.

`민족주의`의 편견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왜색 때문에 트로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정작 `양색`이 강한 외국 가요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이 없다. 또한 조수미, 홍혜경 등의 성공에 대해 외국 음악교육의 승리라는 평가에 대해 외국 음악신동들이 우리나라에 유학와서 전라도 판소리를 능수능란하게 부를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윤심덕의 `사의 찬미`에서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까지, 그 이후의 조성모까지 다루고 있지만, 80년대 이후의 서술은 그 이전시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저자가 애정을 갖고 음악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던 시기와 직업인으로써 음악을 대하기 시작한 시기의 차이 때문이다.

저자는 포크, 락 등 새로운 음악의 흐름이 시작됐던 1970년대 초와 서태지의 흐름이 충격적이었던 1990년대 초를 새로운 음악의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높게 평가한다. 안정기에 들어선 1970년대 후반과 1990년대 후반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다.

결국 저자는 지난 역사를 언급하면서 새로운 음악의 변화가 일어나기를 갈망하고 있고, 그러한 생각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낸다.

"어떤 예술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대중가요도 남 안하는 좀 유별난 짓거리를 하는 괴짜, 괴물, 또라이, 뭐, 이렇게 불려지는 이들이 있어야만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 아니겠어요? 사람들 이 붕어빵 좋아한다고 누구나 똑같은 붕어빵만 찍어낸다면 얼마나 지루하겠습니까?"

저자 이영미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 부산 영도다리 입구에 설치된 가수 현인 선생의 동상과 조형물, 부산 영도구청 제공. MBC 제공)[북데일리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