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최근 인기 드라마에 책이 등장하며 발행일을 뛰어넘고 순위를 역주행하는 경우가 있다. tvN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박보검이 송혜교에게 선물한 나태주 시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2015)가 대표적이다. 지난 일주일간 인터넷 주간 베스트 3위를 차지했다.
사실 이 시집 부제는 ‘나태주 인터넷 시집’이다. 여러 시 가운데 인터넷의 블로그나 트위터에 자주 오르내리는 시들만 모아서다. 그의 책이긴 하지만, 독자들의 마음을 그러모아 엮었으니 독자에게도 시인에게도 남다를 터다.
나 시인의 시는 간결함과 순수함이 특징이다. 수많은 이들이 시 <풀꽃>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유도 평범한 것에도 싱그러움을 부여할 줄 아는 순수한 비유 때문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1 전문)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2 전문)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풀꽃3 전문)
tvN 드라마 <남자친구> 3회 차에 방영된 장면에서 박보검은 힘들어하는 송혜교에게 나 시인의 시집을 건네며 가장 좋아하는 시로 ‘그리움’을 지목했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드라마에서 이처럼 대사 시집이나 책의 한 대목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하나의 시어, 한 줄의 글이 마음에 전하는 저릿한 진동 때문일 것이다. 또 캐릭터의 성격과 상황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함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 영리함에 감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