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역사가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가 한자리에 모인다
  • 북데일리
  • 승인 2005.07.1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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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금) 인천 문학구장에선 프로야구 올스타전 전야제 메인 이벤트로 `올드스타전`이 열린다. 80~90년대를 뜨겁게 달궜던 왕년의 스타들이 충출동하는 것.

KBO(한국야구위원회)와 KBS(대한야구협회)로 나눠진 양팀엔 내노라하는 이들이 대부분 이름을 올렸다.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렸던 유격수 김재박(현대)을 비롯, 80년대 투수 양대 산맥인 선동열(삼성)과 최동원(한화), `올스타전의 사나이` 김용희(롯데), `오리타법` 김성한(군산상고), `해결사` 한대화(삼성), `악바리` 이정훈(한화), 원년 삼성 에이스 권영호(영남대) 등이 출전한다.

코리안시리즈 4승, 정규시즌 0점대 방어율, 29차례 완봉승, 역대 개막전 최다홈런(7)은 그 시절 세워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게다가 당시엔 김봉연-이만수, 선동열-최동원이란 빅 라이벌 카드도 눈길을 끌었다.

당시 그들의 활약상과 알려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뒷담화는 `경기장 밖의 5막 5장`(1995. 거름)에서 엿볼 수 있다. 저자는 20여년의 체육부 기자생활을 거쳐 지난해 10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에 임명된 이영만 국장.

82년 프로야구 원년 3월 27일 서울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 연장 10회 말 2사 만루에서 이종도는 이선희에게 개막전 역전 만루홈런의 수모를 안겼고 이 경기는 프로야구 열기에 불을 지핀 1등 공신이 됐다. 원년꼴찌팀 삼미슈퍼스타즈의 패전처리 전문투수 감사용은 2004년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실제 주인공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투수 최동원은 프로야구연감에 10할 타자로 기록돼 있다. 84년 8월 16일 롯데 MBC전에서 나온 기록이다. 한 선수의 부상 때문에 지명타자가 수비로 들어가면서 투수인 최동원이 어쩔 수 없이 타자로 나서야했던 상황. 부상 가능성 때문에 롯데 강병철 감독은 최동원에게 삼구삼진을 지시했다.

당시 1사 만루였지만 최동원이 안타를 치리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1스트라이크 2볼 상태에서 4번째 공을 최동원은 결승 2루타를 때렸다.

"한국야구위원회에서 해마다 발행하는 프로야구연감에는 지금도 타자 최동원의 전적이 남몰래 숨어있는데, 그것이 84년을 온통 뒤집어 놓았던 단 한 차례의 타석이었다. 1타수1안타 2타점2루타 타율 10할의 한 줄짜리 기록이 타자 최동원의 이름 밑에 새겨진 것으로 연감의 어느 곳을 뒤져보아도 10할타자는 더 이상 없다."

86년 삼성과 해태가 맞붙은 한국시리즈는 삼성의 패배에 흥분한 대구 관중들이 해태 구단버스에 불을 질러 태우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다.

포수들의 입담도 재미있다. 이만수의 입담도 유명하지만 책엔 김경문의 말 한마디가 소개돼 있다. 87년 8월 21일 잠실, 선동열이 타석에 들어서자 OB 포수 김경문이 내뱉은 말이다.

"칠 생각하지 마라. 그 방망이가 5만 원짜리란다. 괜히 치다가 방망이나 뿌러뜨리면 짠돌이 (김)봉연이 형이 가만있겠냐?"

`악바리`로 통했던 이정훈은 87년 5월 대전 빙그레(한화)-MBC(LG)전에서 다섯 번이나 연속으로 도루 시도를 한 경력을 자랑한다. 전력질주할 수밖에 없는 도루는 헛달리기가 될 때 엄청나게 힘이 빠지는 일이다. 이정훈은 달릴 때마다 타자가 파울불을 때려 매번 1루로 돌아와야 했다. 그러나 다섯 번째만에 결국 성공시켜 2루를 밟았다.

그해 8월 21일 삼성-빙그레전에서 나온 이정훈의 `이게 왜 볼입니까`도 유명한 프로야구 일화중 하나다.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이정훈은 무조건 칠 태세로 타석에 들어섰다. 1스트라이크 3볼에서 5구를 맞았지만 자신이 원하던 공이 아니라 흘려보냈다. 2스트라이 3볼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심은 포볼을 선언했다. 이때 이정훈이 "그게 왜 볼이냐?"고 따진 것.

그 태도가 워낙 완강해 삼성 포수인 이만수도 스트라이크고 거들고 나섰고, 빙그레 배성서 감독도 뛰쳐나와 스트라이크를 주장했다는 믿지 못할 일화다.

수많은 추억거리를 만든 스타들이 15일 문학구장에서 경기를 펼친다. 그들이 펼친 명승부와 기록들을 떠올리면서 올스타전을 지켜보는 맛도 남다르겠다. 다음은 당일 출전할 선수명단.

▲KBO 올드스타

감독=김응용(삼성)

명예감독=어우홍

투수=선동열(삼성) 최동원(한화) 김시진(현대) 조계현(기아) 양상문(롯데) 이선희(삼성) 이상군(LG)

포수=김경문(두산) 조범현(SK)

내야수=김재박(현대) 류중일(삼성) 한대화(삼성) 김용희(롯데) 유지현(LG) 서정환(기아)

외야수=이순철(LG) 이정훈(한화) 박종훈(SK) 김응국(롯데) 김광림(두산)

▲KBA 올드스타

감독=김충남(연세대)

명예감독=김양중

투수=정삼흠(신일고) 계형철(중앙고) 문희수(동강대) 권영호(영남대) 김태원(동성고) 진동한(개성고) 차동철(건국대)

포수=박정환(포철공고) 강진규(연세대)

내야수=천보성(한양대) 김성한(군산상고) 정구선(대전고) 김인식(청원고) 오대석(상원고) 이희수(성남고)

외야수=이종도(고려대) 김준환(원광대) 조성옥(부산고) 이광은(연세대) 김형석(인창고)

(사진 =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중 김범수(감사용 역)의 투구장면)

[북데일리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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