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인 `코리언 재패니즈` 아시나요?
제3국인 `코리언 재패니즈` 아시나요?
  • 북데일리
  • 승인 2005.07.13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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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3세 작가 가네시로 카즈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영화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 지난 7일 일본서 개봉, 관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원작자인 가네시로가 시나리오를 담당한 이 영화는 소심한 샐러리맨 아빠가 딸 앞에 당당해지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몸부림을 고등학교 아이들의 일상과 버무려 경쾌하게 그려낸 작품. 국내에서는 2003년 단행본으로 출간돼 주목 받은 `플라이, 대디, 플라이`(북폴리오)는 그의 전작소설 ‘레볼루션 No.3`(2003. 북폴리오)의 ’외전’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장편소설 `GO`(2003. 북폴리오)를 통해 재일동포로서는 처음으로 권위있는 일본 대중문학상인 ‘나오키(直木賞)문학상’을 받았던 작가는 수상 당시 자신을 ‘코리언 재패니즈’로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 대중문학계의 선구자인 소설가 나오키 산주고(直木三十五)의 업적을 기려 제정한 ‘나오키문학상’은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었던 소설 ‘철도원’(아사다 지로, 97년 수상작)과 같은 작품을 배출했으며 영화와 드라마로도 큰 인기를 얻었다.

가네시로의 특징과 매력을 가장 뚜렷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은 역시 그의 첫 장편소설인 `Go`. 가볍지 않은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냈다는 세간의 평을 속속 맛볼 수 있다. `Go` 역시 일본 유명 배우 쿠보즈카 요스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일 합작투자 영화로 만들어졌다.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총련계 중학교를 나온 스기하라는 아버지의 이념전향을 계기로 일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민족과 이념은 그다지 관심 없었지만 처음 사랑을 느낀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핏줄’ 때문에 힘겨워 지자 일본인으로 살아야 하는 재일 한국인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더 이상 ‘이념’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드러내 놓고’ 우울해 할 것이 없다. 그것은 총련계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 바탕이 되었다는 것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저 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자양분들만을 유쾌하게 선택한 작가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고등학생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마음을 뺏어간 한 여학생일 뿐이고, 그녀와의 사랑에 ‘핏줄’이 걸림돌이 된다면 그건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며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아니므로 용기있게 부딪쳐 보고 안되면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10대의 도전적인 기질을 여실히 드러낸다.

`사상의 자유`를 가진 인간에게, 그것도 10대에게 ‘애국심’과 ‘민족애’를 강요할 수 없으며 이념은 그저 역사의 궤적을 쫓아가는 `인간의 우울한 편린`일 뿐이라는 것을 작가 가네시로는 확인시켜 준다.

오히려 독자들은 현실적인 사건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인공(이자 작가)의 모습에서 문제의 본질을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있는 ‘연애사’일 뿐인데 재일 한국인에게는 그것조차 무시할 수 없는 굴레가 되어버린 것.

어디서나 당당하고 이념 따위는 자신의 인생에 중요치 않다고 여기는 주인공이지만 역시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자기가 선택하지도 않은 몸안의 핏줄 때문에 뻐근한 성장통을 경험해야 하는 주인공의 삶이 인상적이다.

작품이 무거운 주제를 참신한 소재로 표현한 것만이 미덕은 아니다. 경쾌한 문체는 물론이고 주제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스기하라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아버지 등 주변 인물들의 특이하고도 기발한 성격묘사가 뛰어난 점에서도 독자들은 즐거워한다.

영화개봉 당시 주인공 역을 맡은 쿠보즈카 요스케의 인기 뿐 아니라 캐릭터 자체의 매력 덕분에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달라졌었다는 풍문도 원작을 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북데일리 송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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