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이야기가 주는 위안
나를 닮은 이야기가 주는 위안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12.19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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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듣던 밤> 허윤희 지음 | 놀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CBS 라디오 음악 FM ‘허윤희의 꿈과 음악 사이’를 12년 동안 지켜온 방송인 허윤희가 에세이 <우리가 함께 듣던 밤>(놀.2018)을 냈다.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애청자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미처 덧붙이지 못한 말, 자신의 일상에 대한 생각을 더했다.

라디오에 날아드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를 닮은 모습을 만날 때 우리는 위안을 얻는다. 이를테면 남편의 뒷모습에서 ‘너와 나의 시간’,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읽어내는 순간 같은 것들 말이다.

‘막차 운행을 시작하는 그를 만나러 왔습니다. 운전석 뒷자리에 앉아 함께 라디오를 들으며 하루 일을 두런두런 나누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해요. 남편의 머리 위에 어느새 수북이 내린 흰머리와 주름진 손등에 그간의 힘들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내고 함께 손잡고 집으로 향할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합니다.’ (본문 중, 영선님의 사연)

낯선 이의 예기치 못한 따뜻한 말에 목이 메어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화상담사로 일하는 8372님의 사연이다.

‘전화상담사로 일하고 있어요. 몇 달이 지나도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폭언...오늘은 유독 힘든 상담이 많아 귀도 멍하고 정신도 멍해질 정도였어요. 이제 한계다 느끼던 순간 연결된 전화. “친절하게 알려줘서 고마워요. 수고가 많네요.” 엄마 같은 그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울먹거리고 말았어요. “감사... 합니다. 고객... 님...” 그분도 아마 떨리는 제 목소리를 눈치채셨겠죠?’

저자는 내 하루의 수고를 이해해주는 누군가의 위로는 금세 깊숙하게 스며든다고 덧붙였다. 누군가의 작은 위로와 응원은 때때로 지금을 버텨나가는 힘이 되어준다. 사랑, 이별, 가족, 우정, 추억 등의 짧은 사연들과 저자의 따뜻한 감성이 함께 한다. 첫 책이 풍기는 투박함과 싱그러움도 나름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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