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에 도전하는 `외톨이 탈출법`
빨강머리 앤에 도전하는 `외톨이 탈출법`
  • 북데일리
  • 승인 2006.02.0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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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아동문학가 루시 M.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1874?1942)의 소설 <빨강머리 앤>은 1908년 쓰여졌지만 현재도 만화나 드라마로도 제작돼 작품의 명성을 잇고 있다. `긍정의 힘`을 믿는 대표적 캐릭터 앤은 절망을 딛고 일어나는 데 명수다.

“비쩍 마른 말라깽이에 참 얼굴도 못생겼네. 게다가 주근깨까지. 머리는 빨간게 꼭 홍당무 같군요. 이런 애는 처음이에요”라고 면전에서 흉을 보는 뚱뚱보 아주머니에게 사랑을 얻어내는 연기를 펼치는가 하면, 누구나 오가는 평범한 길을 ‘기쁨의 하얀길’이라고 이름 지어 행복을 마음껏 누린다.

고아인 자신이 초록색 지붕집에 살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일 감사함을 느끼는 앤은 슬픈 일을 겪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도 상상의 힘만으로 이겨낸다. 앤에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는 친구는 다이아나.

“해와 달이 있는 한 내 마음의 친구 다이아나 베리에게 충실할 것을 엄숙하게 맹세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두 아이가 친구가 되는 장면, 손을 맞잡고 이처럼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는 꽃밭 장면 등은 빨강머리 앤 팬들에게 명장면으로 꼽힌다. 오갈 데 없는 고아인 자신과 아무 편견 없이 친구가 돼 준 다이아나를 생각하면 앤은 늘 행복해진다.

<외톨이여 안녕>(동산사. 2006)의 주인공 14살 소녀 데비는 빨강머리 앤처럼 영원한 친구 패티를 얻는 행운아다. 3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 모린을 다른 친구에게 뺏기고 외톨이가 된 데비에게 다가온 패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된다.

다이아나처럼 ‘영원한 친구’라고 믿었던 친구가 자신을 떠났다면 14세의 소녀가 겪어야 할 상처는 매우 크다. 다이아나처럼 소중한 친구 패티는 그런 상처를 치유해 준다.

<외톨이여 안녕>은 10대의 성장통에 자연스레 말을 걸고 어깨를 빌려 주는 배려 깊은 책이다.

보통의 아동도서처럼 화려한 컬러를 사용하지 않고 흑백삽화를 쓴 것은 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친구와 우정에 대해 생각할 공간을 열어주기 위함이다.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침착하게 쫓는 책의 시선은 읽는 이에게 성장통을 겪는 소녀의 방황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만든다.

주인공 데비의 주변 어른들은 흔한 충고로 나서지 않는다.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으로 묵묵히 지켜봄으로써 아이가 해결방법을 스스로 찾아 나서게끔 만든다. 책은 질책과 추궁으로 내몰 때 10대 아이들의 여린 감성은 쉽게 다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책의 진심이 봄날 떨어졌다 사라지는 햇살만큼 귀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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