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리뷰]<80일간의 세계 일주>
[명작리뷰]<80일간의 세계 일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3.02.05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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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노인의 세계일주 이야기

[북데일리] 길고 곧은 선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둑판 같은 도시에는 빅토르 위고가 말했듯이 ‘직각의 애달픈 비애’가 가득 차 있었다. 이 ‘성자들의 도시’를 세운 사람은 앵글로색슨의 특징인 대칭에 대한 욕구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제도는 제법 훌륭하지만, 사람은 그에 걸맞은 수준에 이르지 못한 야릇한 나라에서는 모든 것이(도시도, 집도, 심지어는 실수까지도) 정확히 네모 반듯하게 이루어진다. -269쪽

<80일간의 세계일주>는 19세기 후반의 과학기술 및 산업의 발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위 내용은 이를 나타내는 부분이자, 당시 눈부신 발달을 시작한 미국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은퇴해 홀로 사는 부유한 괴짜 신사가 한 클럽이 회원들과 80일 내에 세계일주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전 재산을 건 내기를 해서 세계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해저 2만리>, <15소년 표류기> 등으로 유명한 쥘 베른의 소설롤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줬다.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는 은퇴 후 홀로 사는 괴짜 노인이다. 그는 마치 로봇처럼 매일 똑같은 일과를 보낸다. 매일 같은 시간에 한 클럽에 가서 항상 같은 자리에서 점심을 먹고 신문을 본다. 그 뒤에는 같은 자리에서 저녁을 먹은 뒤 카드놀이를 12시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한다.

그의 괴짜기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면도할 물의 온도가 평소와 1도만 달라도 하인을 해고할 정도로 틈이 없다. 그런 그가 클럽 사람들과 내기를 하게 된다. 바로 80일안에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자신의 전 재산을 건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는 하인 파스파르투와 함께 세계 일주를 떠난다. 그가 이렇게 무모한 내기를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신문에 실린 기사 때문이었다. 인도에 전 구간 철도가 개통되어 80일이면 세계 일주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포그는 영국을 출발해 프랑스, 이집트를 거쳐 인도, 홍콩과 일본 미국과 뉴욕을 거쳐 돌아오는 긴 여행계획을 세웠다. 꼼꼼하고 세밀한 계획을 세웠지만 여행은 순조롭지 않았다. 그들이 거액의 돈을 가지고 여행에 올라 은행 절도범으로 오인 받으며 새로운 일행이 생겼다. 바로 형사 픽스다. 픽스 형사는 여행에 동행하지만 포그를 체포하기 위해 일행의 일정을 방해하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인도 여행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신문에서 봤던 철도는 아직 완공되지 않은 것이다. 그 밖의 여행지에서도 갖가지 일이 일어난다. 미국 여행에서 하인 파스파르투가 납치되기도 하고 가지고 있던 돈을 몽땅 도둑맞기도 한다. 포그는 자신의 재산을 지킬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공간 인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철도의 등장으로 각각의 지역은 더 이상 개별성을 띠지 않는다. 작품 속 포그 또한 여행지를 독립된 장소로 여기기보다 영국으로 돌아가야 할 여정의 일부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쥘 베른의 서사적 능력은 탁월하다. 작품 곳곳에 배치한 에피소드를 이야기꾼 기질로 흥미롭게 풀어나가 재미를 더한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이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와 만나 21세기에도 사랑받는 작품을 만든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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