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게 살려면 돈이 든다"
"정의롭게 살려면 돈이 든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3.01.18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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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들의 성공과 우정을 그린 이야기

[북데일리] “간타, 정당하려면 돈이 필요한 거네.” 간타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긴자의 수많은 건물들 위로 흘러가는 탁한 피 같은 구름만 바라보고 있었다. 요지는 차분한 목소리로 간타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돈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더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기도 해. 돈이 없다는 건 나쁜 건가 봐. 돈이 없는 건 나쁜 거야.”

<날아라 로켓파크>(양철북.2013)의 한 대목이다. 고등학교 남학생들의 대화가 쓰라리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살아남기 위한 다짐 치고는 너무 아프다. 부조리하지만 세상은 아이들 대화처럼 흘러가기도 하니까.

책의 주인공은 간타와 요지다. 이들은 다섯 살 때부터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 죽마고우로 남들보다 조금 더 특별한 우정을 나눈다. 발달장애를 지닌 간타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고, 싱글 맘에 술집에 다니는 엄마 때문에 일찌감치 어른이 된 요지는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이들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간타의 엄마 메구미가 폐렴으로 돌연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녀가 남긴 마지막 유언은 ‘서로를 지키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두 아이들의 사이는 더 각별해진다.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던 간타와 요지가 컴퓨터를 사기 위해 전자상가를 갔다가 폭력배들과 마주친다. 이들의 위협에 정당방위로 대응했지만 세상은 도리어 두 아이에게 “정의에는 돈이 든다”는 사실을 각인 시킨다.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청한 학교선생님은 학교 체면만 생각하고, 돈 없는 싱글 맘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폭력배들에게 억울한 합의를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아이들은 큰 충격을 받은 것. 이후 요지와 긴타는 ‘정당’하고 ‘나쁘지 않기’ 위해 돈을 벌기로 작정한다.

이를 위해 요지는 경제 관련 책을 탐독하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돈을 모이고 주식 투자까지 하며 사업을 구상한다. 어느 날 휴대전화로 게임에 몰두하는 긴타와 사람들의 모습에 휴대전화 게임 사업을 시작하고 기업 인수에 착수하며 촉망받는 청년 사업가로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건 암흑세계의 마수였다.

책은 청년 CEO의 벤처 회사 창업, 모바일 게임 신드롬, 기업 간의 암투 등을 다루며 독특하고 낯선 소재로 색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결핍된 삶을 살아가는 긴타와 요지의 연대를 통해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은 감동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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