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 하나에 40만 명 속아...사람은 왜 뻔한 수법에 속을까?
문자 메시지 하나에 40만 명 속아...사람은 왜 뻔한 수법에 속을까?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11.15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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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심리학> 김영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문자메시지 하나에 40만 명이 속았던 사건이 있다. 역사상 단시간 내 가장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속았다. 무차별적으로 뿌려진 한 통의 문자 메시지에 40만 명이 확인 문자를 눌렀다.

‘저 민정인데요. 예전에 통화한…. 잘 모르시겠어요? 그럼 사진 하나 보내드릴까요?’

확인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이상한 사진이 떴고 사람들은 속았다는 생각에 취소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한 달 뒤 휴대전화 청구서에 정보 이용료 2,990원이 찍혀 있었다. 3천 원 미만 소액 결제의 경우 인증 번호가 필요 없다는 허점을 이용한 범죄였다. 피의자는 무려 10억 원이 넘는 거액을 챙겼다.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피해자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사실이다. ‘민정’이라는 여자 이름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을 소개한 <속임수의 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2018)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해석한다. 성적 욕망과 착각이 만나 사기를 쉽게 당했다는 것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성적 과지각성이 두드러지는데 이를테면 여성이 ‘힐끗’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쉽게 착각하거나 동료 여성이 의미 없이 던진 말을 듣고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정도를 말한다. 수십만 명의 남성들이 ‘저 민정인데요…’로 시작한 문자메시지에 속은 이유도 예전에 헤어졌거나 클럽이나 모임에서 만난 여자가 연락한 거라 착각해서라는 설명이다.

이와 비슷한 범죄 피해 사례는 또 있다. 20대 중반 한 남성은 구미에 사는 23세 여성에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한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이후 주기적으로 이메일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고 여성이 보내준 사진도 꽤 호감 가는 얼굴이었다. 얼마 후 여성의 동생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병원비 5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남성은 측은한 마음에 돈을 입금했지만, 연락이 끊어졌다. 알고 보니 23세 구미 여성은 남성이었다.

그런가 하면 ‘분윳값 4만 원 보내주실 분’이라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 올라오며 벌어진 사건도 있다. 글쓴이는 본인을 이혼녀로 소개하고 아이 분윳값을 보내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갚겠다며 돈을 받고 5시간 후에 만나주겠다는 이상하고 야릇한 글을 남겼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무려 270명이나 되는 남성이 돈을 입금했다.

책은 검찰 수사관으로 25년 동안 각종 사기 사건을 수사해온 저자가 속임수 뒤에 숨은 심리 법칙에 대해 이야기한다. 속이는 자와 속는 자의 심리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나날이 교묘해지는 사기 형태에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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