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여 표류하라` 그 아름다운 열정
`청춘이여 표류하라` 그 아름다운 열정
  • 북데일리
  • 승인 2006.01.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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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에 대한 우려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중경제문화지 헤럴드경제는 16일자 사설을 통해 “지난해 연평균 실업자 수는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88만 7000여명으로 실업자 90만명 시대에 성큼 다가서며 실업률도 3.7%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거기다 청년층 취업자(15~29세)의 15%가 한 달 94만원이하를 받는 저임금에 허덕인다는 15일 한국노동연구원 조사 발표는 충격적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실업률 회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결과적으로는 ‘실패’라고 지목했다.

“정부는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찾아 지원함으로써 경기회복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했고, 산업 클러스터와 지역혁신 사업을 통해 대학과 산업현장을 연결해 인재양성과 취업확대를 꾀하는 등 고용확대에 큰 힘을 기울여 왔다. 이와 함께 기업의 일자리 보장을 위해 강력한 노조의 활동을 인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도 힘쓰는 등 고용의 질적 개선을 꾀하는 데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도 일자리 사정이 나아지기는커녕 실업자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고용구조와 내용도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 정책의 실패를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 청년실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자로 전락하거나 아예 구직을 단념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많은 젊은이가 백수와 실업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지난해 청년(15~29세)실업률은 8%로 전체 평균(3.7%)의 두배가 넘는다. 40만명 가까운 젊은이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를 합하면 50만명 넘는 젊은이가 일정한 직업 없이 떠돌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중앙일보는 “일하는 젊은이가 줄어드는 것은 이 연령층의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 탓이 크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기업의 투자가 부진하니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길리 만무하다”며 원인을 지적했다. 이어 안정된 직장 선호현상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공무원, 국영기업, 공공기관 직원, 교직 등이 젊은이들 사이에 최고의 인기직종으로 떠올랐다. 한번 들어가면 정년이 보장되는 이른바 철밥통 직장이다. 그들의 선택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런 선택에 묻어있는 생각들, 그런 현실적 선택을 강요받은 이 시대 청년들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오직, 철밥통 직장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다해 전진해야 하는 우리시대의 청춘들을 안쓰러워하는 사설의 목소리에 정부 정책담당자들은 귀기울여야 할것이다.

일본의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는 <청춘표류>(예문. 2005)에서 “인생에서 가장 큰 회한은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인생을 살아가지 못할 때 생긴다”고 말했다. 실업으로 인해 꿈은 커녕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걱정해야 할 우리의 청춘들이 듣는다면 눈물 흘릴만한 말이다.

보통 30대까지를 ‘청춘’의 범위에 귀속시킨 그는 “육체는 젊지만 정신은 노화된 청년들은 그에 맞는 처세술이나 삶의 방식만을 추구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망설임’과 ‘방황’을 청춘의 특권으로 꼽으며 `창피한 기억, 실패도 많은 것이 청춘`이라고 말한다. 부끄러움 없는 청춘, 실패 없는 청춘은 청춘이라 이름 할 수 도 없다. “자신에게 충실하고 대담한 삶을 꿈꿀수록 부끄러움도 실패도 많아지게 마련이다”라는 자신감은 일본 최고의 지성답다.

집필 주제를 정하면 1m 높이에 이르는 관련분야 도서를 빠르게 섭렵하는 엄청난 독서광인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 책을 위해 발로 뛰며 1년이라는 시간을 공들였다. 대담한 선택을 감행한 젊은 청춘들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저자는 ‘성공’과 ‘실패’라는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불안과 괴로움을 감수하면서도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가려는 청춘들을 위해 건배한다.

책에 소개된 11명의 청춘들은 험난함과, 경제적 궁핍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삶을 선택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매사냥꾼으로 살고 있는 마츠바라 히데토시(33)는 “죽을 때까지 넥타이는 안 매고 살 것이다”라고 말한다. 1년 수입이 불과 24만엔 밖에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매년 9월부터 11월까지 석 달 동안 막노동을 하거나 산에서 일을 해요. 그 수입이 한 달에 8만엔이니까 석 달에 24만엔이죠. 그 돈으로 1년 동안 살아가니까 한 달로 치면 2만엔 씩이네요. 한달에 2만엔으로 살아가려고만 하면 살 수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쓰는 돈은 쌀값하고 조미료 값 정도죠. 나머지는 거의 돈을 안 쓰고 해결해요. 옷은 아오모리에 있는 아버지나 형 것을 물려받아요. 날마다 똑같은 옷을 입으니까 별로 필요도 없고요. 여기는 전기도, 가스도, 수도도 안나오니까 주거비도 안 들고요. 사실 제로에 가깝죠”

책에 따르면 마츠바라 히데토시는 옛날에 쓰던 석유램프를 이용해 불을 쓰고 물은 산에서 나온 물을 끓여 쓴다. 주식 이외에는 자급자족한다. 마츠바라가 산속 오두막에 살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말부터다. 그전에는 훨씬 북쪽인 아키타 현 변방 깊은 산악지대에 오두막집을 짓고 8년간 살았다.

게이오 대학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험난한(?) 삶을 자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고 싫어하는게 확실했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참고 했지만, 싫어하는 일은 잠시도 못참는 성격이었다. 가장 좋아한 것은 자연. 어릴때부터 친구들과 노는 시간보다 새나 동물과 노는 시간이 많았다. 크면서 넥타이를 매야 하는 월급쟁이 생활은 죽어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졌다. 은행원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 어머니 밑에서 자란 마츠바라는 자라면서 탐험기에 빠져들었고 세계 제일의 탐험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산간벽지를 좋아하던 그는 1년간 기타카미 산지 등지를 돌며 TV에서 봤던 매사냥기술을 떠올렸다. 대학에 돌아와 일본 매사냥의 역사를 졸업논문으로 쓴뒤 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TV다큐멘터리 ‘노인과 매’로 유명한 수할치인 구츠자와 씨를 찾아가 제자가 되기를 자청했다. 반복되는 거절에도 불구하고 노숙을 하며 끈질기게 부탁한 결과 제자가 될 수 있었다. 매사냥기술을 구전으로 배웠고 우리 청소와 사료 만드는 법 등의 과정을 거치며 매사냥꾼의 진로를 다졌다.

저자는 1년에 24만엔이라는 마츠바라의 생활을 듣고 처음 매우 놀랐다고 한다. `화폐경제의 한 가운데서 생활하는 도시 사람에게는 상상도 못할 생활` 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솔직히 요즘 젊은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볍게 떠도는 대세순응주의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젊은이들이 어떻게 일본의 장래를 책임 질지 생각하다 보면 희망을 찾기 힘들었다. 책의 기획을 제안 받았을 때 역시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획을 마치고 자신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자가 만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열등생’ 이었다는 사실이다. 중학교때부터 낙인이 찍힌 사람도 있었고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일탈한 사람도 있었다. 시기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일정 지점에서 보통 사람들의 인생 궤도에서 벗어난 사람들이었다. 원인 역시 모두 달랐지만 ‘재미가 없어서’ 라는 이유로 원하는 길을 찾아 나섰다는 사실은 비슷했다.

“청춘이란 언젠가는 찾아올 출범을 준비할 수 있는 수수께끼의 공백시대인 것이다.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이다. 그것이 없다면 ‘수수께끼의 공백시대’를 무기력하고 나태하게 보내게 되고, 결국은 당연한 귀결로서 출범을 맞이 할 수 없다. 그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상황에 휩쓸려 가는 인생뿐이다. 무언가를 추구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고투하고 있을 여러분에게 언젠가는 훌륭히 출범할 날이 찾아올 것은 바라면서 이제는 펜을 놓고자 한다”

저자의 마지막 전언에서까지, 생명력이 용솟음친다. 일할 기회를 주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청춘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고민하는 이라면 희망의 지표를 열어줄만한 책이다. 실패와 모험을 두려워 하고 남과 비슷하게 살지 못할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청춘들에게 <청춘표류>는 말한다.

“표류하라, 그것만으로도 청춘은 충분히 아름답다!”

(사진 = 에이단 제이슨 작품)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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