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 몸종 만들려고 결혼했어?
오빠, 나 몸종 만들려고 결혼했어?
  • 북데일리
  • 승인 2006.01.16 0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속옷 하나 없이 살림을 하면 어떡해?"

"내가 살림을 뭘 어떻게 했는데? 나도 아침에 회사일 있어요. 난 안 바쁜 줄 알아? 오빠만 회사 다니고 난 안다녀? 빨래는 나만 하는 거야? 오빠는 빨래 못해?"

"내가 언제 빨래 안하겠대? 못하겠으면 말을 하란 말이야"

"꼭 말해줘야 알아? 오빠가 좀 먼저 알아서 챙기면 안돼?"

"내가 그걸 어떻게 알고 챙겨? 남자가 날마다 언제 빨래하나 세탁기 옆에 서 있으라고?"

"거기서 남자가 왜 나와? 오빤 툭하면 남자, 남자 그러더라? 왜 모든 걸 내가 다 챙기냐구. 오빠가 애야?"

"너랑 결혼하기 전에는 엄마가 다 챙겨줬어. 애 아니라도 어떻게 결혼해서 더 힘드냐. 내가 웃으면서 아무 말 안하고 다하니까 모르나본데, 결혼하고 편해진 게 아니라. 이건 아주 힘들어 죽겠어"

"오빠. 나 몸종 만들려고 결혼했어?"

MBC 주말드라마 ‘결혼합시다’ 15일 방영분에서 나영과 재원이 출근길아침에 다투는 장면이다. 빨아놓은 여분의 속옷이 없다고 화내는 재원과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 나영의 대화에서는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 된다.

<승자의 언어>(한스미디어. 2005)를 공저한 롤프 미카엘 하안과 니콜라이 슈티켈은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대화하는 능력과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려고 애쓰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나영의 짜증은, 불임문제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데서 출발한다. 내면의 고민을 표현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싸운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어 재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결함을 갖고 있다. 직장일과 집안일을 병행해오던 아내가 왜 그런 사소한 준비도 못했는지, 좋은 말로 할 수 있는 문제에 과도한 짜증을 낸 이유는 무엇인지 고민해야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조금이라도 어렵고 까다로운 대화를 해야 한다면 상대를 이해하고 그 사람의 속사정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말하는 책의 주장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대화 상대방의 욕구와 소망, 의식구조, 관심사, 목표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라.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그 사람의 시각과 논리를 알면, 갈등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업활동이나 입사면접에서도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나만의 세계를 떠나 상대의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수준 높은 의사소통을 시작하자”(본문 중)

"대화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주제를 잘 표현하는 대목이다. 자신만의 세계를 떠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는 시각을 수정한다는 말이고 새로운 차원의 관점을 받아들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타자의 의견을 다르거나 틀렸다고 평가절하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생각을 갖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책은 부부싸움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를 실었다. 여성, 남성 모두가 "결혼식 후 의사소통 면에서 큰 변화를 보였다"고 답했다. 아내는 남편이 “뭘 묻거나 제안해도 그러자고 동의하는 일이 적어진 점, 화해하려는 의지가 줄어든 점, 갈등상황에서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점” 을, 남편은 아내가 “상처받는 일이 더 많아진 점. 결혼 전보다 더 사소한 말에도 기분이 상하고 모욕감을 느낀다는 점, 아이가 생기면 오직 그 얘기만 하려고 하는 점,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어 결혼생활에서 달라지는 언어의 경향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책이 정의하는 승자란 ‘듣는 이에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해시키는 사람’이다. 상사, 동료, 남편, 아내로서 승자로 살아가는 커뮤니케이션 비법이 담겨있다.

(사진 = MBC 제공)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