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의 애잔한 성장기 그려
한 소녀의 애잔한 성장기 그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1.20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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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담담한 문체 돋보이는 청소년 소설

[북데일리] ‘머리는 오렌지 빛깔이었다. 트랙터를 모는 남자는 덩치가 엄청나게 컸다. 그 사람은 몇 년 동안 햇볕을 못 쬐어 본 사람처럼 얼굴이 창백했다.’

<어느 날 그가 왔다>(도서출판산하.2012)의 한 대목이다. 주인공 소녀 에멀라인의 눈이 비친 일꾼 앵거스의 모습이다.

책은 주인공 에멀라인이 겪는 급작스런 불행을 정신병력이 있는 일꾼 앵거스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일인칭 시점으로 담담하게 진행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소녀 에멀라인에게 들이닥친 불행은 너무 급작스러웠다. ‘그날’ 에멀라인은 다리를 다쳤다. 4월의 마지막 날 막 무더위가 찾아온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빠의 트랙터 위로 뛰어 오른 게 화근이었다.

싱싱한 흙냄새를 맡으며 봄바람을 즐기고 있던 때 강아지 프린스가 토끼를 쫓는데 정신이 팔려 트랙터 쪽으로 돌진했다. 이를 본 에멀라인은 프린스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고 밭갈이 기계의 날 쪽으로 발을 내딛어 버렸다.

에멀라인이 깨고 기절하기를 반복하는 사이 아빠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딸을 다치게 한 프린스를 죽이고 불현듯 집을 나가버렸다. 이에 대해 아무도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엄마는 홀로 농경지를 돌보고 사람을 부려야 했고, 급기야 정신병원에서 일꾼 앵거스를 데려온다.

사람들은 앵거스가 위험하다며 가까이 가지 말라 당부하지만 에멀라인은 목발을 짚고도 앵거스를 관찰한다. 그는 묵묵하게 일하는 성실한 일꾼이었다. 또한 동물들을 돌보며 따뜻한 성품을 보여 점차 에멀라인의 가족에게 인정받는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정신병력이 있는 그를 못마땅해 하는데 눈보라 치는 어느 겨울날 마을의 한 아이가 실종되고 만다.

책은 급작스러운 아빠의 부재와 달라진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계절의 변화처럼 적응해가는 소녀의 모습을 그렸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책의 구성과 문체다. 여느 책과 달리 문장 사이의 여백이 많은 편집으로 소녀의 감성적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차분하고 담담한 문체는 여백과 어우러져 무거운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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