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의미있는 장소 탐구
작지만 의미있는 장소 탐구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1.09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심고 지나친 그 곳에 깃든 이야기들

[북데일리] 이제는 ‘올레길’이 제주도 걷기 여행코스로 자리 잡았고, 지금은 전국 곳곳에 ‘둘레길’이 생겨났다. 머물러 있는 장소는 아니지만 분명 존재하는 곳이다. 사방을 연결하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네트워크를 연상하게 한다.

세상을 촘촘히 엮어주는 공간 ‘길’에 대해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푸른길.2012)의 저자는 이렇게 정의한다.

“길은 계층성을 가지고 있다. 길은 공적 공간이다. 공적 공간인 길에는 익명성이 존재한다. 때로는 차단되기도 한다. 또한 감시가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길은 경계가 된다. 길에서는 거리 간의 쟁탈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길은 인간이 환경에 적응한 결과물이다. 주변에 많은 풍광이 있다.”- ‘3.타인과 함께 나누는 장소’ 중에서

책은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공간을 살피는 것부터 시작해 다양한 관점으로 대상을 바라본다. 이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거나 사라져 가는 장소들에 관심을 두게 안내하며 이야기를 부여한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지금은 사라져가는 동네가게는 소통의 장이다. 과거 점방이라 불렸고, 가게가 소통의 중심지였다. 가게를 중심으로 한 생활이 무르익으면 동네 사람들은 가게 주인과 일상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나눈다. 동네 정치에서부터 국내 정치 전반을 다루면서 여론을 형성하던 곳이며, 자녀들의 중매를 부탁하던 곳이기도 했다.’20쪽

지금은 도시화와 거대자본으로 인해 자취가 사라져가지만 서로의 사생활을 공유할 정도로 삶을 함께 나누던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 역사가 담긴 장소들이 거대 자본에 의해 가게들에게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어 이런 소규모의 가게가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한 인용문을 통해 밝혔다.

‘장소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오랜 시간에 걸쳐,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통해 형성되어야만 한다. 그들의 애정으로 장소에 스케일과 의미가 부여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장소가 보존되어야 한다.(에드워드 렐프, 2008: 173)’ -23쪽

책은 사람들의 역사가 서린 장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면서 이면에 깔린 사회적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견해를 감추지 않는다. 크고 화려한 장소보다 작고 의미 있는 장소들을 살피며 일상의 중요함을 돌아보게 한다.

또한 다리 밑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출퇴근하는 버스정류장으로 시선을 옮긴다. 책을 통해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의미와 시간들을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