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크라잉 넛의 비밀> 술꾼이 지나쳐선 안될 책?
⑤<크라잉 넛의 비밀> 술꾼이 지나쳐선 안될 책?
  • 북데일리
  • 승인 2005.07.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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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크라잉 넛의 음악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생각, 음악계에서의 위치, 사회적인 의미 등을 나름대로 조망한 책이다. 이 책에 대해 딴지일보 함주리 기자는 이렇게 평했다.

"<크라잉 넛>은 어디까지나 밴드이므로, 이 책이 다만 음악 이야기일 뿐이라 예상한 나머지 이래저래 피해가고 싶은 독자들 상당수 있을 줄 안다. 먼저, 음악과 딱히 큰 상관은 없다는 점 미리 알린다"고 말하면서 이 책의 주요 코드로 알콜, 나태, 유랑을 꼽고 있다.

먼저 첫번째 코드 알콜에 대해서 함주리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이 책은 전국의 술꾼들이 간과해선 안 될 껀수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확 하고 끼얹어지는, 행간마다 끈적하게 흐르는 알콜 기운. 그 끈적임은 소통의 예감이다.

차가운 자기방어와 경계와 이성의 반듯함이, 알콜의 힘에 의해 노골노골 풀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의 느낌들. 너무 취한 것도 아니고, 취기 오르기 전의 맹숭거림도 아니고, 딱 맛 가기 직전의 아리까리하고도, 알딸딸하면서, 뱃속이 땃땃~해져 오는 그 느낌.

그러던 중 문득, 눈빛만으로도 앞에 앉은 놈뇬이 무슨 말할지 알 것 같고 별 것도 아닌 이야기가 찰떡처럼 감겨드는 그 느낌. 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꽂히잖어? 이 책을 읽을 때 기분이 그거더라. 술 마시고 싶은데 못 마실 사정이 있는 세상의 모든 한잔교 자매동지들 이 책 보구 자렴. 술 먹은 거랑 ssemssem이니깐"

크라잉넛을 알기위한 두 번째 코드, 나태에 대해서는 크라잉넛 멤버들은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자"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나태예찬이라는 에세이를 읽고 버트란드 러셀에게 벌떡 빠져버린 본 우원, 마치 나태예찬의 실천적 보고서와도 같은 이 책을 읽고 역시 또 훌떡 빠지다.

똑같은 도덕책 논리라도 `진실한 넘이 성공한다`거나, `인정머리 있는 넘이 성공한다` 같은 말들은 그럭저럭 납득되면서도, `부지런 떠는 넘이 성공한다`는 그 말만은 어쩐지 싫었던 우원이다.

돌이켜보면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던 이유는, 그게 만일 사실이라면 난 결국 거렁뱅이가 될 것에 틀림없다는 섬뜩하고도 음울한 미래를 인정하기 싫어서였을 거다. (중략)

부지런함을 최상의 가치로 내세우며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으니 무조건 `하면 된다`고 배웠던, 그리하여 불굴의 의지를 가진 한국인이 되어야한다고 어려서부터 배워온 요러한 땅덩어리 위에서, `베짱이도 살아 있다!`라는 충격적 가능성을 열어 젖히며,태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크라잉 넛과 이 불온한 책자를 전국의 베짱이 지망생과 배짱이 예찬론자들에게 필독 권장하는 바이다" [북데일리 제성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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