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힘 ‘노트르담’을 살리다
작가의 힘 ‘노트르담’을 살리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1.01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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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진정한 여행 책

[북데일리] 진정한 여행은 보는 것이 아니라 담아오는 것이다. 주요 명소들만 눈도장 찍느라 바쁜 관광족은 ‘이건 또 뭔 소리지?’ 싶겠지만 사실, 여행을 떠나는 목적은 다시 돌아오기 위한 잠시의 일탈이 아닌가. 그렇다면 돌아 올 때, 남는 무엇가가 있어야 할 터.

여행지의 ‘이야기’를 담아오기 위해 노력한 책<설렘이 번지는 파리지성여행>(쉼.2012)는 진정한 여행에 대해 고민하고 집필한 책이다. 파리를 세 차례에 걸쳐 여행하며 곳곳에 깃들어 있는 이야기를 담아왔다.

작가가 처음 닿은 곳은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다. 그곳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책에 따르면 성당에 들어서면서 작가가 느끼는 환상적인 풍경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변화되는 다른 세상이었다. ‘바깥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 바로 창을 통해 들어오는 오색찬란한 빛을 말하는 것이리라. 작가는 노트르담 성당과 관련한 일화를 들려준다.

‘성당은 1163년에 초석을 놓고 170여 년이나 걸려 완성 됐다고 한다. 프랑스대혁명 때 크게 훼손되어 하마터면 사라질 위기가 있었지만 한 사람의 재능과 관심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바로 빅토르 위고 때문이다.’-19쪽~21쪽

책은 그가 쇠락한 건물 위에 상상력이라는 위대한 재능을 더해 노트르담이 파리에 꼭 필요한 건물임을 알아보았다고 말한다. 이에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했고, 이는 성당 복원 지지 여론으로 이어졌다.

작가와 예술의 힘이 통하는 시대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빅토르 위고와 관련된 이야기는 파리 보주 광장으로 이어진다. 규모가 그다지 크지도 않고 조각상이 있는 것도 아닌, 어찌 보면 밋밋하기 그지없는 그 광장에서 빅토르 위고를 다시 만났다. 위고의 집에 간 것이다.

작가는 인상적인 것으로 장례식 사진을 꼽았다. 개선문을 배경으로 엄청난 인파가 모여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는 풍경이 담겨 있었다. 책은 빅토르 위고가 지금까지 파리 사람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한다.

“위고가 이렇게 사랑받은 건 단지 훌륭한 작품을 남겼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평생 하층민의 일상과 고통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그들 편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요즘 말로 그는 노동자, 하층민의 ‘멘토’였다.” -189쪽

실제 위고는 <레 미제라블>을 내놓으면서 귀족과 문인들에게 ‘저급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반해 이 소설은 하층민들에게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만한 소설이었다. 이를 계기로 시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소설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책은 이밖에 많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페라 가르니에서 팬텀을 만나거나 생라자르 역에서 모네를 회상하고 몽수리 공원에서 앙리 루소와 재회하는 형식이다.

이 책은 느리게 걷고, 이야기를 담기 위해 수십 번 같은 곳을 방문하는 작가의 노력이 깃든 책이다. 파리로 여행을 떠나기 전, 담아오는 여행을 하고 싶은 독자들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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