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불륜....'희망의 4000km' 걷기
마약, 불륜....'희망의 4000km' 걷기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0.31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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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의 절절한 삶의 기록 담아

[북데일리] 인생의 절박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낸 작품이 출간 번역됐다. 오프라 윈프리가 이끌고 있는 ‘오프라 북클럽 2.0’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히며 선풍적인 화제를 낳았다.

바로 미국 신예작가 셰릴 스트레이드가 펴낸 논픽션 서적<와일드>(나무의 철학.2012)다. 책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역경으로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26세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녀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이하PCT) 도보 여행을 떠난다. 총 4,285km에 이르는 코스다. 여린 여자가 어쩌자고 이런 결심을 했을까. 그녀의 삶은 허리케인이 지난자리 같았다. 그녀의 실상은 이랬다.

엄마가 죽었다. 가난했지만 엄마의 희생과 사랑으로 어려운 환경을 버텨낸 작가는 졸지에 어른이 돼버린다. 어두운 절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남은 가족마저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것.

그녀는 끝끝내 슬픔을 벗어내지 못하고 마약을 접하고 불륜을 저지르며 혼자가 된다. 사랑했지만 헤어져야 했던 이혼과 일탈이 가져다 준 쓰라린 상처는 PCT 도보 여행을 감행할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심어줬다.

도보 여행을 떠나기 위해 신변을 정리하는 모습은 흡사 죽음의 강을 건너려는 사람의 모습과 닮아있다. 다니던 식당을 그만두었고 이혼 문제를 마무리 지었으며 가지고 있던 물건들마저 대부분 팔아치운다. 친구들을 만나 작별인사를 하고 엄마의 무덤을 찾아가기까지.

결연한 다짐과 바닥까지 떨어진 마음이 무게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 너머까지 4,000킬로가 넘는 여정은 9개의 산맥과 사막, 황무지와 인디언 부족들의 땅을 거치는 험한 길이다.

혈연단신 홀로 배낭을 메고 그녀가 겪는 온갖 시련은 삶을 향한 투지로 바뀐다. 가파른 산등성이에서 실수로 등산화 한 짝을 놓친 후 그녀의 행동이 이를 증명한다.

“등산화 한 짝이라니. 나는 남은 신발 한 짝을 온 힘을 다해 멀리 내던졌다.(중략) 나는 발톱이라곤 거의 붙어 있지 않은 부르튼 내 맨발을 바라보았다. 발목 위로는 다 떨어져서 내버린 모직 양말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중략) 그동안 걸어온 남쪽도 쳐다보았다. 나를 가르치고 깨우쳐준 거친 야생의 땅이었다. 방법이 하나뿐이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언제나 그랬다. 그냥 계속해서 길을 걷는 것뿐.” -11쪽, 15쪽

책은 작가의 경험을 날것 그대로 담았다. 낭만적이거나 감성적인 여행기가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새로 쓰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이 담긴 처연한 기록이다. 21개국에 번역 출간될 만큼 화제작인데 반해, 거센 논쟁의 중심에 섰던 책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생이 얼마나 예측불허인지에 대한 진실과 절망의 끝에서 희망의 자락을 잡아내는 인간의 삶의 기록을 담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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