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뒷모습누드 포스터 `명화 패러디`
여배우 뒷모습누드 포스터 `명화 패러디`
  • 북데일리
  • 승인 2006.01.0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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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작품세계로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영화감독 김기덕의 영화 `나쁜 남자`는 작품 뿐 아니라 포스터도 화제가 됐다.

2002년 2월에 열린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나쁜 남자`는 여주인공 선화 역의 서원이 전라의 뒷모습을 노출한 포스터 때문에 외설시비에 올랐다.

이 포스터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에서 뒷모습이라도 `완전 누드`는 안된다는 판정이 나와 두번의 수정을 거친 끝에 의자에 앉아 있는 여주인공의 엉덩이에 담요를 살짝 걸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사진작가 이준용씨가 찍은 사진 하단에 있는 붉은 천을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통해 끌어올려 땜질을 했던 것.

벌거벗은 여배우의 뒷태와 거울 속에서 강렬한 눈빛 연기를 쏟아낸 조재현의 얼굴이 관심을 끌었던 포스터는 전국관객 80만명을 유혹했다.

흥미로운 점은 메인포스터 이외에 전라의 뒷모습으로 침대 위에 옆으로 누운 채 거울 속의 조재현을 바라보고 있는 포스터가 한장이 더 있었다는 것.

박물관 경영학 박사인 이보아는 자신의 책 <박물관, 영화를 유혹하다>(미래의창. 2006)에서 `나쁜 남자`의 포스터는 스페인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의 작품 `비너스의 거울`을 패러디했다고 말한다.

실제 옆으로 누운 비너스의 모습이 포스터 속 여주인공의 모습과 닮아 있고 전체적인 구도 역시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김기덕의 영화 `파란 대문`에는 오스트리아 `나르시시즘의 화가` 에곤 실레(1890~1918)의 작품이 그려진 엽서를 이지은과 이혜은이 주고받는 장면이 나오고 `나쁜 남자`에서 여주인공이 에곤 실레의 화집에서 `포옹`이란 작품을 찢어낸다.

저자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와 에곤 실레의 회화 작품은 그 분위기에서 어딘가 흡사한 느낌이 들고, 영화 전체가 거울이라는 상징적 오브제를 중심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포스터뿐만 아니라 영화의 메시지까지도 예술작품의 영향력이 미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의 각 장은 `영화를 통해 보는 박물관의 기원` `박물관, 영화를 유혹하다` `영화 속 박물관 사람들` 등과 함께 `발굴과 기증 그리고 경매` `문화제국주의와 반달리즘`으로 고고학이나 문화사적인 지식과 해설도 곁들여 눈길을 끈다.

대중에게 친근한 영화를 매체로 해서 책은 박물관의 다양한 모습과 함께 독자에게 지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한산한 박물관과 달리 줄을 서며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과 박물관에 무관심한 문화소외자들에게 박물관의 참맛을 보여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그림 = 1. 벨라스케스 作 `비너스의 거울`, 1647년 2. 에곤 실레 作 `포옹`, 1917년) [북데일리 원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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