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회 장소 강추 `추억을 마시고 낭만에 취하고`
신년회 장소 강추 `추억을 마시고 낭만에 취하고`
  • 북데일리
  • 승인 2006.01.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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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한해를 정리하자는 송년회보다 희망찬 계획과 포부를 나누자는 신년회가 유행하는 분위기다. 매일 가던 곳을 벗어나 보고도 싶지만 TV에 소개된 맛집, 술집은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발도 들여놓기 싫다면 ‘Economy 21’의 박미향 기자가 쓴 술집 가이드 북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넥서스. 2005)를 참고할 만 하다.

책안에 담겨있는 49곳의 명소는 ‘은근히’ 알려진 실력파 술집들로 지하에서 퍼 올린 천연자원처럼 영롱한 재질을 빛낸다. 먹고,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사진과, 가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드는 문장이 비범하다.

‘손수 빚은 술과 푸짐하고 맛있는 안주가 예술 `민들레처럼`’, ‘쫀득쫀득 벌교 꼬막과 향긋한 녹차막걸리 `여자만`’ 등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한 연설자가 무대에 올랐다. 검은 커튼을 내린 듯한 까만 홀에는 반짝이는 눈동자들이 별처럼 빛나고 있다,. 꼴깍! 침 넘어 가는 소리가 들린다. 침묵은 무겁게 연설자의 심장을 누른다. 연설자는 무엇인가를 들어올린다. 낡은 바이올린, 세상 어떤 고물상도 받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한쪽 모퉁이는 깨져 흉해보였고 칠은 벗겨졌다. 소리나 제대도 나려나... 잠시 후 바이올린의 이름을 이야기 한다. `안토니우스 스트라디바리!` 소리 없던 눈동자들은 모두 일어나 소리친다. "내게 파시오!" 가치란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들을 움직인다. “(본문 중)

술집 한곳 소개하는데 ‘안토니우스 스트라디바리’를 인용하다니. 조금 거창하지 않느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저자의 문장과 사진을 본다면 그 말이 목뒤로 다시 넘어간다.

바이올린 이야기로 소개하는 술집의 이름은 ‘민들레처럼’. 성균관대 골목 뒤에는 간판도 없는 이 술집은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처럼 명품’이다. 70평 술집 안에는 초가지붕과 독, 유리테이블 아래 핀 때 이른 봄들이 누워있다고 한다. 말린 과일과 누런 옥수수가 널려있는 벽의 사진을 담은 사진이 이미 술집의 분위기를 물씬 전한다. 주인인 그녀는 노래패 `꽃다지`의 일원이었다고 한다. 6년 전 노래패를 그만두고 ‘오직 민들레처럼 살고자 하는 의지’로 10평 크기의 술집을 얻었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운동가요와 동종의 연주곡만 트는 이유는 힘든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이곳에 와서라도 일상의 갑갑함을 풀어헤쳐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분위기를 능가하는 음식 맛은 대장금과 견줄 만 하다고 한다. 좋은 재료로 만든 맛있는 안주와 싼 술값이 놀랍다. 주인이 손수 빚은 술 민들레주, 오미자주, 모듬상과 푸짐한 잔칫상으로 이루어진 안주 맛은 천상의 맛이다.

저자는 주인의 인터뷰를 담는다.

“누구나 정당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짧은 말이지만 신뢰를 높이는 말이다.

전통차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전통찻집을 준비하는 아이디어와 겨울이 되면 벙어리장갑을 100개나 만들어 단골손님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하는 센스와 정성이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든다. 낮에는 대학에서 예술경영과정 대학원을 다니고 간간이 지인들을 모아 단독공연도 하는 멋스러운 주인의 취향 탓에 저자는 이곳을 ‘명품’ 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책에 담긴 49곳의 각양각색의 매력은 책을 읽고 있는 순간이라도 찾아가고 싶게끔 만든다. 특히 술집에 얽힌 사연과 주인의 특징까지 꼼꼼히 담아 가이드북을 넘어선 에세이집에 이르는 경지를 보여준다. 부지런히 다리품을 팔아 직접 찍고 쓴 수고와 마시고, 먹은 즐거움이 엿보인다. 저자는 ‘박미향 기자의 술이 익는 풍경’이라는 칼럼을 진행하고 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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