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에 담긴 '노벨 문학상'
한 권에 담긴 '노벨 문학상'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10.05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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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작가 인터뷰....정말 매력적인 책

[북데일리]<추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는 건 작가로서 어떤 의미일까. 작가로의 삶에서 최고의 영광 보다는 어떤 책임 의식을 부여받은 느낌이 아닐까. 그들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16인의 반란자들>(2011.스테이지팩토리)이다.

책은 저자가 3년여 시간 동안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16인(주제 사라마구, 오에 겐자부로, 토니 모리슨, 다리오 포, 오르한 파묵, 도리스 레싱, 월레 소잉카, 나딘 고디머, 가오싱젠, 가브리엘 가르시마 마르케스, 귄터 글라스, 나기브 마푸즈, V.S. 네이폴, 임레 케르테스, 데릭월곳, 비슬라바 쉼보르스카)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직접 만나 나눈 이야기를 다룬다.

<16인의 반란자들>이란 제목이 말하듯 작가들은 이념과 관습, 문화에 대해 글과 행동으로 투쟁중이다. 안타까운 건 인터뷰가 끝나고 고인이 된 작가도 있다는 점이다. 책은 작가의 손을 주목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6인을 담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새로운 세상을 글로 만들어가는 손을 직접 마주한 사진가에게는 얼마나 큰 울림을 주었을까 궁금하다. 사진으로도 이토록 융숭 깊은 그 무언가가 전해지니 말이다.

본국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면 국가가 두 팔 벌려 환영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국가의 위상을 높였으니 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 한데, 중국의 가오싱젠은 고국에서 추방당했고 터키의 오르한 파묵은 감시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문학과 작가의 영향력을 생각하며 한 번 더 놀란다.

“나는 텍스트를 화분에 넣고 흙을 덮은 다음 방바닥을 파서 그 화분을 묻는 일을 반복했어요. 그렇게 감추고 또 감추다가 묻어야 할 화분이 너무 많아지면 그것들을 태웠고, 똑같은 이야기를 다시 썼어요. 쓰고, 감추고, 태우고……. 결국 나는 모든 작품을 파괴할 수밖에 없었어요. 수 킬로그램의 종이들이 사라졌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으니까요.” p. 168 - 가오싱젠

“첫째, 나는 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둘째, 나는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즉 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셋째, 나는 정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면 우리한테 남는 게 뭐겠어요? 나는 당신들과 동물이나 식물에 대해서, 그리고 사랑과 우정에 대해서 조금은 얘기할 수 있어요. 자, 뭘 마시고 싶어요? 코냑? 아니면 마티니? 가만, 저분은 거기서 뭐해요? 사진기자인가? 난 손 찍는 게 싫어요. 정말 끔찍해요. 반년 전에 부러졌어요. 난 이제 찍을 만한 인물도 아니에요. 아직까지 말발은 살아 있으니 함께 얘기를 나눌 순 있지만 사진만큼은……” p. 285 -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한 권의 책으로나마 그들 스스로 말하는 문학 사상과 가치관을 듣는 일은 아주 즐거웠다. 작가로의 의무를 이행하고자 다양한 분야(인종차별, 환경문제, 전쟁반대, 세계인권, 에이즈 등)에서 활동하는 당당한 모습은 정말 멋졌다. 무엇을 쓰고 무엇을 위해 어떤 글을 쓸지 알지 못해도, 직접 글을 읽지 못해도 조금이나마 그들의 진심을 마주하는 시간을 갖기에 충분한 책이다.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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