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르크스가 부활하는 붉은 대륙
다시 마르크스가 부활하는 붉은 대륙
  • 북데일리
  • 승인 2005.12.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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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도입으로 빈부격차와 사회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이제 다시 마르크스다`라는 사상적 기치를 들고 나섰다.

중국 국무원 산하 사회과학원은 최근 `마르크스·레닌주의 및 모택동 사상연구소`를 재편해 `마르크스주의 연구원`을 설립했다.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사상 등 중국 사회주의를 이끌고 있는 3대 사상과 이론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보다 진일보된 사상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설립된 `마르크스주의 연구원`은 후진타오(胡錦濤)정권의 사상적 기반을 생산하는 연구기관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사회과학원 부원장이 원장을 맡아 소속 연구원 수도 기존 75명에서 200명으로 늘려 연구 체제를 강화했으며 사회과학원 산하 연구소로서 최대규모를 자랑하게 됐다.

이 연구원은 과학적 발전사관과 조화로운 사회건설이라는 집권 공산당의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들어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재해석과 진보된 이론정립은 이미 일본의 문명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65. 柄谷行人)이 자신의 저서 <트랜스크리틱>(한길사. 2005)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분석틀을 제시한 바 있다.

부제는 `칸트와 마르크스 넘어서기`로 원제 `트랜스크리틱(Transcritique)`은 윤리성과 정치경제학 영역에서 칸트와 마르크스를 분석-고찰해 들어가 코드변환(Transcoding)을 시도한다.

칸트와 마르크스의 상호교호적 독법을 통해 칸트의 눈으로 본 마르크스, 마르크스의 눈으로 본 칸트를 설명하고 있다. 즉, 칸트로부터 마르크스를 읽고 마르크스로부터 칸트를 읽는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형이상학을 비판하기보다 인간 이성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냄으로써 실천 가능성을 시사하려 했다.

마르크스는 <자본론>을 통해 자본주의 고전경제학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자본의 운동과 한계를 밝혀내 자본주의 경제가 쉽게 극복될 수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대한 실천적 개입가능성을 드러낸다.

이런 맥락이 가라타니 고진에게 칸트와 마르크스의 연결고리가 됐으며 "<자본론>은 헤겔과의 관계에서 읽히는 것이 보통이지만 나는 이 책에 비견될 수 있는 책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이라고 표방한다.

일본어판을 옮긴 송태욱에 따르면 가라타니는 자본주의 경제나 국가에 대한 계몽적 비판이나 문화적 저항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려 했으며 그 과정에서 칸트를 만났다고 한다. 여기서 가라타니가 한 것은 마르크스를 칸트적 `비판`에서 다시 생각하는 일이었다.

송태욱은 "가라타니가 10년이 넘도록 작업을 진행한 것은 단순한 비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이론을 제출하고싶었기 때문"이라며 "왜냐하면 이론은 단지 현 상황에 대한 비판적 해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변화시키는 뭔가 적극적인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라타니는 책의 후기에서 "<트랜스크리틱>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책이다. 지금껏 이렇게 두꺼운 책을 쓴 적이 없으며, 또 이렇게 시간을 들여 쓴 적도 없다. 나는 거의 10년 동안 이 책에 몰두했다. 고치고 또 고치기를 거듭한 결과, 40년 전부터 생각해왔던 문제에 결론을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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