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같은 베네치아
수채화 같은 베네치아
  • 유현수 시민기자
  • 승인 2012.09.0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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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응접실...멋진 사진들로 눈 호강

[북데일리] 나폴레옹이 유럽의 응접실이라고 극찬했던 산마르코 광장이 있는 곳, 118개의 섬들이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소개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낭만이 번지는 곳 베네치아>(2012. 쉼)다.

이 책은 기행문이나 여행안내서보다는 여행사진집에 가깝다. 수채화 같은 사진들로 눈이 호강할 지경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는 차례와 페이지가 없다. 글은 간단한 에피소드와 관광지 소개 정도로 최대한 아껴둔다. 물론 사진은 훌륭한 메시지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산만한 느낌이 든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단점이 될 수도 있고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

베네치아 여행의 독특한 낭만이 느껴지는 문장, 두 군데만 소개해 본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면 내 시선이 닿는 곳에 늘 창문이 있었다. (...) 창문 안에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퍼져가는 세상을 내려다보고 창문 밖 사람들은 비밀을 간직한 듯한 창문 안 세상을 궁금해 한다. 창문은 그렇게 벽을 사이에 두고 세상과 대화한다. 예쁜 색이 칠해진 벽에 걸린 예쁜 창문은 욕심이 난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창문으로 세상을 본다는 말이 있다. 베네치아의 거리와 골목을 걸어 다니는 동안 내내 누군가의 창문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바포레토를 타고 약 40분 정도 가면 어촌 마을 부라노 섬이 있다. 아이들이 상상력으로 칠한 듯 노란색 벽과 푸른색 지붕, 빨간 창틀을 한 예쁜 집들이 섬 안에 가득하다.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것이 생업인 어부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자신의 집을 찾기 쉽도록 집마다 각기 다른 독특한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는 이곳의 집들을 보기 위해 작은 섬은 항상 북적거린다. 집 하나를 칠해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예술을 사랑하는 베네치안의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마을이다.”

개인적으로 부라노 섬을 소개하는 사진이 퍽 마음에 들었다.

“이 세상에 저렇게 많은 색들이 존재하다니!” 사진으로 보았을 뿐인데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개성 없이 일색으로 도배한 서울 도심에서 성장한 나에게는 일종의 충격이었다. 창문 하나 걸린 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화폭이다. 바닷바람을 맞아 독특하게 바랬는데, 자연이 낸 문양이 볼수록 경이롭다. 사진가라면 꼭 한번 찍고 싶은 풍경이다.

베네치아에 부라노 섬이 있듯이 한국에는 제주도가 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은 어디일까? 최근 사단법인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연합회>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제주시 한경면 저지마을을 선정하였다. 제주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독특하게 형성된 문화예술인마을과 제주 전통 중산간 마을의 어우러짐이 묘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농촌과 예술이, 옛것과 새것이, 돌담과 사람이, 바다로 단춤을 주는 듯한 곶자왈이 그러하다.

화려한 외국의 관광지도 좋지만 결국 우리가 대대손손 뼈를 묻을 곳, 우리 마을에도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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