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후에도 유효한 청춘로망스 `겨울나그네`
20년후에도 유효한 청춘로망스 `겨울나그네`
  • 북데일리
  • 승인 2005.12.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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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동아일보 연재소설이었던 최인호의 <겨울나그네>가 20여년이 지난 지금 뮤지컬과 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였다는 사실은 새삼, 원작의 가치를 되짚어 보게 만든다.

“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보았네 / 가지에 희망의 말 새겨놓고서 / 기쁘나 슬플 때나 찾아온 나무 밑/ 오늘 밤도 거니네 보리수 곁으로..”

최인호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86년작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의 ‘보리수’, 자전거와 캠퍼스, 가련하고 병약한 청춘의 군상을 아름갑게 담아내 386 세대의 ‘잊지 못할 로망스’로 자리 잡았다.

제25회 대종상 여우조연상, 신인감독상과 제6회 영평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연기파배우 이미숙, 안성기, 이혜영, 꽃미남 강석우를 필두로 원작의 통속성과 서정성을 배가시키는데 성공했다.

곽지균 감독은 원작을 과장하거나 축약하지 않으면서 보다 풍부한 감성으로 캐릭터 중심의 내레이션을 가져갔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돼 방황하는 청년 민우와 가련한 다혜의 지고지순한 사랑, 그리고 민우가 기지촌에서 만난 은영과 다혜가 의지했던 민우의 친구 현태 사이에 놓인 비극적 운명고리를 절묘하게 담아냈다.

격동의 70~80년대를 몸소 체험한 작가 최인호는 다소 통속적인 러브스토리지만 동시대 청춘들이 앓던 고뇌와 갈등을 감성적인 필치로 은유했다. 가장 많은 것을 하고 싶었던 때지만, 그 어느 때보다 할 수 있는 것이 적었던 ‘청춘’을 바라보는 텍스트와 영상은 그 매체의 간격을 비교하기 곤란할 정도로 각각 아름답고 눈부시다.

개정판을 내며 원고지 200매 정도를 삭제하고 세밀한 개작과정을 거친 작가는 “옛날을 말하던 기쁜 우리들의 젊은 날은 저녁노을 속에 스러지는 굴뚝 위의 흰 연기와 같았나니…… 내가 단꿈을 꾸었던 내 마음의 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가지에는 아직도 젊은 시절 내가 새겼던 희망의 말이 새겨져 있음을 알았다. 나는 이제 손을 내밀어 나뭇가지에 새겨진 희망의 말을 더듬어본다.” 라는 소감을 밝혔다.

20년간 100쇄 이상을 찍어내야 했던 고전 로망의 <겨울나그네>의 개정판 일러스트는 감각파 일러스터 이소씨와 영화 ‘와니와 준하’의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던 이종혁 감독이 공동작업했다.

(사진 = 영화 `겨울나그네` 스틸컷)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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