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의 사기꾼`이 모세-예수-마호메트?
`세명의 사기꾼`이 모세-예수-마호메트?
  • 북데일리
  • 승인 2005.12.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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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가 먹혀드는 기반이 곧 대중의 무지라는 사실에 유념하면서, 종교의 창시자들은 입지를 강화하고 무사히 유지하는 데 한 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들을 내세워 그 안에 신들이 거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이 같은 그들의 목적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였다. 그들은 뭔가 지속적인 토대 위에 자기들의 주장을 공고히 심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책 본문 중)

출판사 `생각의나무`가 최근 국내 처음으로 완역해 펴낸 책 <세명의 사기꾼>은 지은이가 `스피노자의 정신`이다. 정확히 말하면 저자가 누군지 모른다. 아직도 저자에 대한 연구와 추측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출판사는 책의 원제인 `스피노자의 정신`을 편의상 저자명으로 표기한 것이다.

책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제 저자가 왜 이름을 밝히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제목에 나온 `세명의 사기꾼`은 모세와 예수 그리고 마호메트란다. 내용은 한마디로 `세상의 모든 종교는 사기꾼들에 의해 정교하게 조작된 거짓일 뿐이며, 정치권력과 결탁해 민중을 폭압하는 목적으로 운용된다는 것`.

이런 불경스런 주장 때문에, 1712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최초로 문제의 수사본이 <스피노자의 정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자 전 유럽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발행부수는 고작 70부. 그리고 전유럽에서 출판되고 10여차례에 걸쳐 필사되기도 했지만 각국에서 금서로 낙인찍혀 구하기 힘든 `희귀본`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18세기 최고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이 책은 1721년 재판을 찍으면서 좀더 치밀하게 수정-보완했다. 이를 주텍스트로 삼아 300여년이 지난 뒤 프랑스 막스밀로 출판사가 2001년에 출간했다.

출간 전 문헌으로 떠돌 당시 스웨덴 크리스티나 여왕이 구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한 일화로 유명하다. 소문만 무성할 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아무도 구해 바치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여왕은 생을 마치는 1689년까지도 여왕은 문제의 괴문헌을 볼 수 없었다.

교황으로부터 3차례나 파문을 당할 만큼 알력이 심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가 썼다는 루머와 함께 파리경찰은 이 책을 유통시키는 서점을 압수수색하는 사태까지 벌였다.

`의혹의 저자` 후보리스트에는 아리스토텔레스에 관한 파격적인 주석서를 집필해 유럽지성사에 악명을 떨친 이슬람 종교철학자 이븐 류슈드(일명 아베로에스. 1126~1198)를 비롯 13세기 유명 연금술사였던 아르노 드 빌뇌브(1240~1311), 보카치오와 에라스무스, 마키아벨리까지 올랐다.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시대 대표적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인 폼포나치(1462~1525)와 이탈리아 천재수학자인 카르다노(1501~1581), 에스파니아 출신의 의사출신 신학자 세르베투스(1511~1553), 무슬림과 화해를 주장하다 투옥됐던 프랑스 인문주의자 기욤 포스텔(1510~1639), 이탈리아의 범신론적 인문주의자 조르다노 브루노(1548-1600) 등도 의심(?)받았다.

그 리스트는 이탈리아 철학자 캄파넬라(1568~1639), 이탈리아 자연철학자 바니니(1585~1619)에 이어 스피노자에 이른다.

(그림 = 1. 스피노자 초상화 2. 14~16세기 페르시아 그림인 `대천사 가브리엘과 마호메트의 만남`. 마호메트는 예수와는 달리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법이 뻗어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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