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불안해 할 땐 이 책
내 아이가 불안해 할 땐 이 책
  • 신상진 기자
  • 승인 2012.08.29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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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서게 하는 법 조언해줘

[북데일리]'불안은 오늘날 우리 자녀들이 직면한 최고의 정신건강 문제다.’(서문)

키에르 케골은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지만 끝내 바로 그 ‘불안’이라는 캡슐 속에서 한 평생을 살아간 철학자다. 안타깝게도 그는 불안을 벗어나기 위하여 바로 그 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했다. 이유는 적어도 그 안에서는 불안의 범위를 알 수는 있기 때문이었을 터다. 그는 예상할 수 없는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약혼녀 또한 거기에 속했기 때문에 결혼을 할 수가 없었다. 불행한 일이다.

그렇다면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의 정도는 어떨까. 키에르 케골의 불안이 개인적인 성격이라면 현대인의 불안은 집단적이며, 몰아(沒我)적이며, 거의 광기에 가깝다. 인터넷의 선정적이며 잔인한 기사 제목들은 불안의 증폭기 같다. 그들이 자극하는 카피는 영업 전략의 하나로, 조회수가 높아질수록 성공적일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정보는 어린아이에게도 어른 못지않은 불안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더군다나 아이들은 미신적인, 혹은 미성숙한 것으로부터 오는 불안의 폭이 더욱 크다.

<내 아이가 불안해 할 때>(2012, 마인드 북스)이 책은 ‘불안은 유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불안의 유전인자가 자식 모두에게 그대로 대물림되지는 않는다. 유전인자를 갖고 있더라도 그 아이의 약한 부위와 만났을 때 작동하기 시작한다고 한다.(33쪽) 저자는 내 불안을 내쏘아 보여주는 아이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 하는 부모에게 불안을 인정하고, 처리해서, 자유롭게 되는 본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불안은 어떻게 ‘감당’ 혹은 ‘처리’해야 하는 것일까. 무작정 담대한 사고를 할 것인가, 잊기 위해 애써 관심을 돌릴 것인가. 아예 무시해야 하는 것인가.

지은이 아동 강박 및 불안 장애 센터의 설립자인 타마르 챈스키(Tamar E. Chansky)박사(필라델피아)는 이제까지 수천 명의 아이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강박에서 벗어나게 했다. 『Freeing Your Child from Obsessive-Compulsive Disorder』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는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의 ‘가족과 부모의 목소리(Voices in the Family and The Parents’ Journal)’를 비롯한 수많은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다양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과 경험을 이 책에 충실하게 녹여놓았다. 자녀의 정상적이고 사소한 불안부터, 방치하면 장애로 이어지기도 하는 심한 불안까지 폭넓게 다룬다.

책의 내용은 인지 행동 치료 이론에 근거,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불안 장애의 원인, 뇌 작동이 일어나는 현상, 불안 진단 기준, 치료 방법, 불안 극복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내 아이가 불안 장애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전문적인 의학 치료를 상세히 설명한다는 점이 아주 유익하다.

제2부에서는 범불안 장애, 공포증, 공황 장애, 틱 장애 같은 세부적인 증상을 다룬다. 해당 증상을 보이는 아이의 사례를 보여주고, 그에 맞는 진단 기준과 위험 증상, 개입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불안에 점수를 매긴다거나, ‘학습 계단’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공포증을 치료하는 방법 등이 제시된다.

3부에서는 수면 장애와 학교생활 등으로 주제를 확대해, 어떻게 아이가 불안을 극복하고 스스로 살아가게 할지에 대한 조언을 들려준다.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구체적이면서도 실생활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며 특징이다.

또 한 가지, 불안 장애가 있는 성인의 절반은 증상이 어릴 때부터 나타났다고 말한다. 성인이 된 그들은, ‘자기가 아직 어렸을 때 부모님이 도움을 청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말한다.(360쪽)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의 불안 문제를 아이들의 기질이나 성격으로 치부해 버리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린다. 하지만 이는 점점 더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며, 이 과정은 평생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실제로 몸의 심장, 면역체계, 호흡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전문가가 짚어 주는 이것만은 꼭’ 페이지는 중간에 놓치기 쉬운 핵심을 요약해 놓았다.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일반 독자에 대한 출판사의 배려가 정성스러워 보였다. 또한 불안을 풀어내는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친절하며 체계적이다. 그 내용은 어른인 독자에게도 유용한 팁이 될 것이다. 아니 이미 불안에 떨고 있는 어른은 나이와 상관없이 무력한 어린아이에 불과하므로 따로 떼어 볼 것이 아니다.

해결 안 된 내 문제로 불안해하는 ‘어린 나’에게 친절한 손길을 건네면 어떨까. 물론 한 손엔 이 책을 들고...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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