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는 위대한 패배자인가
황우석 교수는 위대한 패배자인가
  • 북데일리
  • 승인 2005.12.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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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황우석 교수 논문 파문에 대해 뉴욕타임즈(NYT)는 25일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정부의 관대한 지원을 얻는데 성공하는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황 교수가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빠른 시간 내에 명성을 얻었다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었는지 의문스럽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식물학자 출신인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2004년 논문의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황 교수가 얼마나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논문에 대한 궁극적인 검증작업은 다른 연구실에서도 재현되느냐의 여부이다” 라며 “이번 한국 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연구실에서 황 교수의 실험을 재현하는데 계속 실패했다면 황 교수 연구논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번 논란이 일기 전에 다른 연구실에서도 인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면 모든 공은 황 교수에게 돌아갔을 것”이라는 전제를 싣기도 했다.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원장과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이 나란히 방동 됐을 때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가에 전 세계는 주목했다. 몇 개월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황우석 교수라는 인물을 승자로 볼 것인가 패자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시일을 두고 신중히 판단해야 할 문제다.

<위대한 패배자>(을유문화사. 2005)는 "`종`으로서 인간은 진화의 무수한 굴곡을 넘어온 고독한 승자이지만 개인으로서 인간은 모두 실패하고 좌절한 사람들에 가깝다"고 정의한다. 소수의 승자도 존재하지만 그마저도 지난 20세기에는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조금만 더 행운이 따랐다면 승리를 거둘 수 있었으나 수모를 당하고 꿈을 접어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비극적으로 혹은 극적으로 무릎을 꿇었던 패배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부 유명인사들을 새롭게 조명해보고, 이름을 얻기도 전에 패배의 나락으로 떨어진 무명인사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당한 평가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상에는 한사람의 승자와 한사람의 패자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권투, 체스, 윔블던 테니스대회, 대통령 선거 같이 둘이서만 승부를 펼치는 경기가 그렇다. 이럴 경우 패자와 승자의 운명이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패자 입장에서 좌절의 고통은 무척 쓰라리다. 예를 들어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헥토르의 목을 찔러 죽인다음 그의 두발에 구멍을 뚫고 황소 가죽끈으로 꿰어 전차뒤에 매달았다. 그러고는 말에 채찍을 가해 헥토르를 질질 끌고 다니며 패자를 능욕했다. 호메로스는 승자의 이런 행동을 `수치스럽고 잔인한 처사`라고 했지만 그 역시 이 장면을 즐기고 있었다. 이처럼 두 사람이 승리와 환호와 패배의 수치를 나누는 것은 오래전부터 예외적인 현상이 되고 말았다. 오늘날에는 대개 한사람의 승리자만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패배자들이다.“(본문 중)

덧붙여 책은 100미터 올림픽 육상경기를 예로 든다. 1896년 당시보다 참가선수들이 50배나 늘어났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100미터 올림픽 육상경기에는 세 개의 메달만 걸려있다.

경쟁이 ‘노동시장뿐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욕망을 지배하고 더 나은 세계에 관한 만병통치약처럼 찬양되면서부터 자신이 승리자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수십배로 늘어났다는 사실’ 도 중요하다. 20세기 문턱까지만 해도 가난과 굴종을 바꿀 수 없는 하늘이 정한 이치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돈과 권력, 명예, 메달을 향해 끊임없이 경쟁을 하며 낙오하고 패배했다. 경쟁에 뒤쳐진 사람들은 운명을 탓하거나 자신을 패배자로 여기며 고통스러워했다. 미워하던 동료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승승장구 하는 것을 보면 고통 받는다.

미즈메디 노성일 원장이 모든 연구에서 “나를 제쳐놨다”며 황우석 교수를 향해 쌓인 감정을 토로했던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협력과 경쟁이 일궈내하는 희비의 순간을 목격할 수 있다.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실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이 세상구조와 부패된 사회에 책임이 있다"는 위안을 `고전적 위안`이라고 일컫는다.

세계문학사에 등장하는 많은 비극적 주인공들을 비롯해 25명이 넘는 좌초된 영웅들의 삶을 10가지 패배의 유형으로 분류해 흥미롭게 소개했다. `인간 패배의 역사`를 아우르며 던지는 화두는 황우석 논란을 바라보는 시대의 시선에 대한 자각을 일깨운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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