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5` 아사다 지로의 `아름다운 거짓말`
`아듀 2005` 아사다 지로의 `아름다운 거짓말`
  • 북데일리
  • 승인 2005.12.2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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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미 시카고트리뷴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올해 최고 인기 애견으로 떠오른 잡종견 `퍼글`(사진)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5년 전 선보인 이후 가격 사승세를 이어온 퍼글은 지난 4월 450달러 선에 거래됐으나 언론에 소개된 뒤 수요가 급증했다.

시카고의 동물 권리 보호 단체들은 “퍼그 같은 인위적 교배 품종견들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반대하지 않으나 크리스마스에 강아지를 선물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 10년 이상 함께 살 애완동물을 선물 사듯 쉽게 고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트족(pet族)에게 애완동물은 다정한 벗이자 가족과 같은 존재다. 소설집 <산다화>(문학동네. 2005)의 첫번째 이야기 ‘시에’는 사람과 애완동물의 사랑을 담은 눈물겨운 단편이다.

고아로 커온 주인공 스즈코는 34살의 미혼여성이지만 결혼에 대한 특별한 욕심이 없다. 어린나이부터 학비와 생활비를 해결해야 했던 고된 삶의 기억 때문인지 사랑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사랑하는 고양이 ‘링’의 죽음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목걸이도 밥그릇도 장난감도 모두 관 속에 넣어 태워버린 것은 기억할 만한 물건들을 곁에 남겨두는 것이 고통스러워서였지만 공양을 마치고 절을 나오는 순간 스즈코는 그것을 후회했다. 하나뿐인 가족을 잃었다. 누군가에게 이 슬픔을 털어놓아봐야 동정도 못 받을 것이다. 분명 사람들은 그까짓 고양이, 하며 비웃겠지. 둘이서 보낸 구 년 간의 생활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그것도 무리는 아니다.”(본문 중)

청혼을 해온 남자도 서넛쯤 되지만 수락할 수 없었던 스즈코는 타인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한다. 그러나 9년이라는 시간동안 동거 동락해 온 고양이 링만은 아니었다. 링은 스즈코에게 믿음과 사랑을 주었고 스즈코 역시 그랬다. 고양이 밥을 줘야 한다며 데이트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는 스즈코를 이해해줄 남자는 몇 되지 않았다. 그런 분신 같은 링이 죽자 스즈코는 다시 혼자가 된다.

슬픔에 빠진 스즈코에게 우연한 기회로 찾아온 ‘시에’라는 특별한 희귀동물.

선인과 악인을 판별할 수 있어 재판의 수호신으로 받들어 진다는 전설의 동물 ‘시에’는 이마에는 사슴뿔, 다리에는 소발굽, 꼬리는 호랑이, 몸은 비늘로 덮여있는 못생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희귀동물을 스즈코가 입양한 이유는 누구도 돌보기를 꺼려하는 시에를 통해 자신의 외로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랑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익숙한 스즈코는 정성을 다해 시에를 보살핀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사랑은 영원할 수 없고 이별은 예정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시에와 스즈코가 시에와 함께 보낸 나날을 묘사하는 아사다 지로의 필력이 눈부시다.

표제작 `산다화`는 사업의 실패로 인한 빚 때문에 보험금에 가족을 맡기고 자살을 결심한 한 남자가 신혼 시절 아내와 다니던 목욕탕을 들르며 겪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산다화>는 아사다 지로 문학의 가장 큰 장점인 뛰어난 대사체와 풍부한 감수성을 자랑하는 8편의 작품을 묶었다.

번역자 권남희씨는 “여기 실린 여덟 편의 단편들은 마치 타인을 통해 내 삶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회술했다. 아사다 지로 문학이 주는 따뜻함이 발까지 얼어가는 연말의 혹한까지 녹인다.

(사진 = 출처 http://cafe.naver.com/theboth.cafe)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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