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석대 보며 '독재란 신기루' 절감
엄석대 보며 '독재란 신기루' 절감
  • 임채연 시민기자
  • 승인 2012.05.30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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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고

[북데일리]<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휴이넘. 2012)은 급장과 반 아이들 사이의 독재를 쓴 책이다.

얼핏 보면 작은 독재 사회 같기도 한, 이 문제의 반은 급장 ‘엄석대’에게 눌려 당하고만 있는 시골의 순박한 아이들이 나온다. 엄석대는 성적이 좋은 아이와 시험지를 바꾸기도 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에게 자신의 그림까지 그리게 하는 둥 온갖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이를 본 도시에서 전학 온 아이 ‘한병태’는 엄석대에게 맞서 보려 노력하지만 이미 엄석대의 위풍과 힘에 기가 죽은 아이들은 그를 돕지 않는다. 만사 귀찮고 아이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시골 남자 선생님까지 그가 급장인데다 성격도 싹싹한 줄 알고 있었다. 한병태의 부모님 또한 엄석대를 좋게 평가했기 때문에, 전혀 독재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도운 이가 한 명도 없어서인지, 결국 한병태는 1년이 끝날 때까지 엄석대를 몰아내지 못했다.

동물원 조련사들은 자신보다 큰 코끼리를 어떻게 우리 안에 가둬 기를 수가 있었을까? 그리고 코끼리들은 왜 그 큰 몸집으로 단번에 우리를 부수고 나가지 않을까?

조련사들은 코끼리를 어릴 때부터 우리에 넣어 둔다고 한다. 어린 코끼리는 우리를 부술 수 없기 때문에 몇 번 탈출을 시도하려다가 그만두게 된다. 이는 평생 동안 ‘우리 밖을 탈출할 수 없다’라는 마음으로 남게 되고 굳는다. 몸이 커지고 한 발짝만 나가도 우리를 부술 수 있지만, 코끼리들은 어릴 적 굳은 마음 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 반 아이들도 그렇다. 아무리 기회가 있어도 엄석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쉽게 덤비지 못한다. 그 두려움을 모르고 단지 엄석대가 바르지 못한 일을 하는데도 다들 가만히 있는다는 것 때문에 한병태는 그에게 덤비었고 결국 그것은 그것뿐이었다. 더욱 왕따가 되갈 뿐이었다. 그걸 본 반 아이들은 더욱 움츠러들었는지도 모른다.

1년이 지나 선생님이 바뀌었다. 아이들을 중요시하는 젊은 남자 선생님이었다. 그 선생님은 단번에 반이 엄석대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가 한 온갖 부정행위까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엄석대를 때렸다.

엄석대가 맞는 걸 아이들은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제껏 믿어왔던 ‘엄석대보다 강한 것 없다.’라는 사실이 무너져 버렸다. 순간 아이들은 엄석대 대신 선생님을 믿었다. 그리고 엄석대가 자신들에게 한 일들을 쉴 새 없이 말했다. 엄석대는 당황했고 아이들에게 덤비지 못했다. 아이들의 멋진 승리였다.

이 대목에서 엄석대는 단지 힘없는 권력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권력이 있고 힘이 있다 한들 뭐하겠는가. 엄석대에게는 사람 된 성품과 사람들의 믿음이 없었다. 윗사람들에게는 가식을 떨어 믿음을 얻었지만 아랫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행동했다. 만약, 엄석대가 좋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선생님이 바뀌고 엄석대는 더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설사 잘못한 게 있다 한들 모두 따뜻하게 감싸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독재란, 자신의 힘을 위해, 이득을 위해 사람들을 마음대로 다루는 것이다. 마지막에 엄석대의 독재적인 삶은 끝이 났지만 만약, 선생님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은 마지막 1년 또한 엄석대의 그림자에 자리 잡아야 했을 것이다. 독재자보다 강한 주도자가 없으면 이처럼 당하는 이들은 또 당한다. 두려움과 불만을 품고 말이다.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은 약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독재 정치를 하였다. 결국 그도 비참한 최후를 맞았듯이, 독재란 아무 힘없는 신기루일 뿐이다. 주위사람의 신뢰와 믿음을 얻어야 비로소 더 낫고 좋은 권력자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임채연 시민기자-여의도초등학교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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