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연`이 보여준 ‘의미있게 산다는 것’
영화 `청연`이 보여준 ‘의미있게 산다는 것’
  • 북데일리
  • 승인 2005.12.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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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기간 3년, 순제작비 100억원, 국내 첫 ‘항공촬영’으로 기대를 모은 영화 ‘청연’(제작 코리아픽처스)이 21일 언론시사를 통해 모습을 공개했다.

한국 역사상 첫 민간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생애을 소재로 한 영화 `청연`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픽션을 더해 제작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종찬 감독은 최근 작품을 둘러싼 친일 논란을 명확하고 차분한 답변으로 ‘일축’ 했다.

“박경원은 일본의 다치가와 비행학교에서 조종술을 배운 조선 최초의 민간인 비행사이다. 조종사가 되고 싶었지만 조선에선 비행술을 배울 길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본에 간 것이다. 박경원이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민간인 여류 비행사로는 최초였던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작품에서 최초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한 사람이 꿈을 이뤄가는 과정과 열정을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 사람에게 역사적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 모든 판단은 관객에게 맡긴다"며 제작의도를 밝혔다.

이날 언론시사회에서는 배우 장진영의 혼신의 연기가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하루10시간, 360도로 회전하는 복엽기에 몸을 싣고 구토와 오열을 반복하면서도 비행훈련을 감당해 낸 장진영의 프로정신와 열정은 1920년대 여성의 몸으로 홀홀 단신 일본땅으로 건너가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했던 박경원으로 완벽하게 환생했다.

‘청연’은 높은 위험도 때문에 모형 비행기를 날려 합성하거나 컴퓨터로 그려내는 그래픽작업으로 완성되던 항공 장면 대신 생생한 영상을 얻기 위해 실제 복엽기를 등장시켜 배우들이 직접 타고 360도 회전하는 연기를 감행했다.

영화에서 가장 크게 강조된 것은 친일논란이나 역사적 사실의 복원이 아닌 원하는 삶을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던 한 여성의 집념과 열정이다.

나치 수용소에서 아내와 자식을 잃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삶의 목표를 잃지 않았던 세계적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의 <의미있게 산다는 것>(위즈덤하우스. 2005)이 담고 있는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화두를 박경원의 삶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저자 빅터 프랭클처럼 ‘조선녹색단’이라는 혐의로 사랑하는 남자 한지혁과 일본인이 자행한 모진 고문을 겪어내야 했던 박경원은 결국 장거리비행을 시도하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영화는 상당부분 ‘픽션’으로 구성됐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유골을 고향에 뿌리기 위해 고통을 딛고 일어나는 박경원의 고군분투는 책이 말하는 ‘일과 일 사이이 놓인 무수한 의미’를 끊임없이 발견해 낸다.

“사람은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나 끝나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감을 인식하게 되면 삶을 함부로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고 어떤 곤경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빅터 E. 프랭클의 말은 나치 수용소에서 종이를 훔쳐가면서까지 원고를 작성해내던 무서운 집념을 짐작케 한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비행을 멈추지 않았고 숱한 고문을 견뎌냈던 박경원과 빅터 E. 프랭클의 삶은 인간의 강한 의지와 집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같다. 책은 저자가 강조하는 ‘우리 자신이 곧 진정한 의미’라는 주제는 10장으로 나누어 담았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코비의 “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는 자유를 경험하고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순간의 의미를 탐지하고 자신을 스스로 방해하지 말고, 거리를 두고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 너머로 관심을 확대하기 바란다”라고 말해 책의 가치를 더욱 빛냈다.

“삶은 우리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의미가 있다”는 빅터 E. 프랭클의 말은 장거리비행 중 목숨을 잃은 박경원의 마지막 순간을 떠오르게 만든다.

영화 ‘청연’은 오는 29일 개봉된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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