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군 엄마보다 이쁜아이
두근두군 엄마보다 이쁜아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04.19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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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힐긋, 대문 틈으로/ 기웃, 담장 너머로/ 내 마음은/오늘도 순천 할매 집을 빙빙 돈다. /마을에 아이라곤 나 하나였는데/ 이제 둘이 됐다. /순천 할매집에 살러 왔다는/ 나랑 동갑인 여자 아이/ 뽀르르 달려 나와 같이 놀자면/ 산 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다람쥐처럼 신 날 텐데. /일주일 째 꽁꽁 숨어/ 혼자 놀려면 얼마나 심심할까?/ 그래서/ 나도 심심하게 혼자 논다. (8쪽)

동시집 <엄마보다 이쁜아이>(2012)의 동시‘혼자 노는 아이’의 전문이다. 동시 속의 주인공은 수철이로 시골 할머니 댁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그런 수철이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바로 다연이. 수철이의 설레는 마음이 동시 ‘눈치도 없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른들 손은/ 얌전히 잡아 주면서/ 내가 손 내밀면/ 닿을락 말락/ 까치발 들고/ 간신히 손잡으면/ 이리 대롱/ 저리 대롱/ 장난치자고 하지./ 다연이에게/ 의젓하게 보이고 싶은/ 내 마음 모르는/ 버스 손잡이, 차암 눈치도 없지 (17쪽)

읽는 내내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거둘 길이 없다. 갈증 끝에 시원한 청량음료를 마시면 꼭 이럴까. 어린 아이의 ‘연심’을 시 안에 가식 없이 녹여냈다.

<엄마보다 이쁜아이>는 모두 3부로 나뉘어 주인공 수철이가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할머니와 겪는 소소한 일상을 동시로 표현한다. 자연 속에서 자라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수철이는 동시 ‘분홍점’ ‘청소시간’ 등에서 다연이를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 마음이 어른과도 닮아 있어 맹랑스럽기도 하다. 이에 반해 아이들도 느끼고 갈망하는 모습이 있다는 것을 동시를 통해 살필 수 있다.

시 ‘할머니 텃밭’ ‘감자 밭에서 부글부글’ ‘꼬물꼬물 고추벌레’ 등은 밭일을 직접 하며 느끼는 아이의 속마음이 드러난다. 친구들이 다 가는 수영장을 밭일을 돕느라 못간 아이의 마음이 어떨까.

동시 하나하나가 작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한 편의 동화를 읽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작가 정진아의 다른 동시집으로 <난 내가 참 좋아>등이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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