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버린 땅` 목숨건 구호활동 벌인 까닭
`신이 버린 땅` 목숨건 구호활동 벌인 까닭
  • 북데일리
  • 승인 2005.12.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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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상식 문제 하나. 아래 OOO에 들어갈 단어는?

"OOO는 가난과 자연적 인위적 재해, 전쟁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인종과 종교, 정치적 신념에 관계없이 차별하지 않고 돕는다.

OOO는 보편적 의료윤리 속에서 누구나 인도적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중립적인 기능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완전한 자유를 요구한다.

OOO 회원들은 직업윤리를 지키며 어떤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권력으로부터도 완전한 독립성을 유지할 것을 맹세한다.

OOO회원들은 수행하는 임무의 위험성을 인지하며 OOO가 제공할 수 있는 것 외에 어떠한 보상을 요구할 권리도 갖지 않는다."

답은 MSF. 9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국제 민간의료구호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의 헌장이다.

MSF는 68년 전쟁 중이던 나이지리아 비아프라 공화국에서 적십자 의료활동을 벌이고 환멸만 느끼고 돌아온 프랑스인 의사와 언론인 12명이 71년 창립했다.

72년 지진이 발생한 니카라과에 들어가 구호활동을 벌인 것을 시초로 75년 베트남전, 90년 걸프전쟁 때는 60대의 전세기를 타고 현장으로 날아가 7개소의 난민 캠프를 설치하여 7만여 명의 난민을 구호하기도 하였다. 또 이라크의 화학무기 살포사실을 전세계에 알리고 95년 르완다에서 양민 대학살 사건을 폭로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메모리얼 대학 문화인류학 교수이자 범죄심리학자인 인 엘리어트 레이턴(Elliott Leyton)은 MSF 활동가들이 스스로 목숨을 걸고 희생과 봉사에 앞장서게 된 계기를 알아보고자 94년 150만명이 사망하고 2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르완다 내전 현장으로 날아갔다.

당시 `신이 버린 땅` 르완다에서는 공영 라디오방송이 `살인을 하라. 묘지가 반 밖에 차지 않았으니, 그것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선동하는 지옥같은 현실이 실제로 벌어졌다. 새로 집권한 후투족은 투치족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라고 자극하면서 `총알도 아까우니 손도끼나 낫으로 죽이라`고 방송했다.

레이턴은 르완다에서 2년여의 생활을 하며 평범한 회사원과 의사, 선생은 물론 조직폭력배 출신의 MSF 활동가들이 헌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삶의 보람없이 소외된 현대 문명사회에 있음을 발견한다.

레이턴은 책 <국경 없는 의사회 : 인도주의의 꽃>(우물이있는집. 2003)을 통해 MSF 활동가들의 헌신은 동정심이나 착한 심성, 사명의식의 발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의 `사람다운 마음`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책은 누구나 폭력에 맞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면서 실제조직폭력배가 우연히 참여하게 된 MSF에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한 사실을 소개한다.

MSF의 활동에도 딜레마가 존재한다. 내전국가의 학살정권을 정치적으로 정당화시키며 자본의 논리에 얽매인 선진국의 무책임함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과 함께 구호를 받은 사람들이 학살당하거나 질병으로 죽어가는 현실 앞에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미봉책이 아닌가 하며 고뇌한다.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저자는 재난과 학살의 현장을 목격하고도 팔짱만 낀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낫고 활동가들의 실천이 평화에 기여하는 유무형의 파급력은 큰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사진 = 출처 국경없는 의사회 홈페이지 www.msf.org) [북데일리 원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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