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철 프리랜서 기획 창의력이 생명
홍재철 프리랜서 기획 창의력이 생명
  • 북데일리
  • 승인 2005.12.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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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 뒷담화]⑥ ‘곤충세계에서 살아남기’ (코믹컴)

10일 만에 20만부라는 놀라운 판매부수를 기록한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 4차 시리즈 학습만화 <곤충세계에서 살아남기>(아이세움. 2005)를 기획한 홍재철씨는 프리랜서 출판기획자다.

‘코믹컴’이라는 이름으로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한지 올해로 4년째. 출판기획뿐만 아닌 시나리오 집필까지 맡고 있는 그는 한국을 벗어나 일본, 프랑스를 거쳐 유럽진출을 꿈꾸고 있는 야심찬 출판인이다. ‘학습만화시장을 가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강한 자긍심을 드러내는 그의 만화사랑과 열정을 즐겁게 탐험해 봤다.

기자) ‘코믹컴’의 운영방식과 기획프리랜서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과정

홍재철) 94년에 웅진출판사에서 만화팀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50개월을 일했고 만화팀장을 하다 퇴직했습니다. 신생 출판사에 다시 들어가 영업에 대한 실무경험을 쌓고 2000~2002년 2월까지 아이세움에서 일하다가 3월부터 ‘코믹컴’이라는 이름의 기획프리랜서로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살아남기’ 2차시리즈부터 본격적으로 코믹컴 체제로 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0권 중 제가 직접 시나리오 쓴 것이 총 8권입니다. 처음에는 기획편집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시나리오작업까지 병행하고 있습니다.

기자) 기획프리랜서가 일하는 방식은

홍재철) 단독으로 일하면서 ‘코믹컴’이라는 이름을 쓰다가 올해 초에 출판사 등록을 했습니다. 직접 책을 내지는 않지만 ‘코믹컴’ 이라는 이름으로 출판사와 작품 당 계약을 합니다. 예전에는 한권의 제작에 참여하는 각 분야 작가들이 1대1로 출판사와 계약했지만 이제는 작가들이 코믹컴과 계약하고 제가 그 이익을 작가들에게 전해주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살아남기` 시리즈 차수가 변경될 때 작가는 제가 직접 선정하고 해당 작가와 제가 계약을 맺습니다.

기자) 일반 만화가 아닌 학습만화시장에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일해오면서 느낀 한국의 학습만화 시장에 대한 견해는

홍재철) 90년대 후반에 아동학습만화 시장이 생겼습니다. 그때까지 학습만화라는 것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전과 차이점이 있다면 90년대 후반에 들어온 애니메이션 케이블TV를 통해 아이들이 만화에 대해 강한 친근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때 이미 코믹잡지들은 수준이 너무 올라가 있어서 초등학생들이 볼 것이 없었죠. 그러면서 차츰 학습만화 시장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크기도 커졌습니다. 지금은 상당히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 분야입니다.

기자) ‘살아남기’ 시리즈는 할리우드 재난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소재와 액션을 보여줍니다. 이미지와 컨셉의 구상은 어떻게 이루어졌습니까.

홍재철) 첫 번째 시리즈가 ‘무인도에서 살아남기’였습니다. 서바이벌이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 무인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살아남기’라는 설정을 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모험심과 상상력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원래 살아남기 시리즈의 타겟은 3~4학년이었는데 지금은 최하 6세부터 중3 멀게는 고1까지 ‘살아남기’ 시리즈를 보고 있습니다.

사실 90년대 만화시장은 무조건 3~4학년층 혹은 바로 그 위를 대상으로 했는데 지금은 6세면 만화를 본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케이블TV 애니메이션을 4세면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매우 일찍 친숙하게 받아들입니다. 접하는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획자로서 놓쳐서는 안되죠. 6세에게 텍스트만 주고 읽으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한글을 읽을 수 이싸고 해도 그 책을 읽지 않을 것입니다. 비쥬얼이 없으면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합니다.

누군가 ‘강을 안보는 아이가 어떻게 바다를 상상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는데 그 말에 동의합니다. 비주얼이 주는 상상력이란 그런 것입니다. 또 기획자로서 주목했던 것은 고학년은 텍스트만 보는데 어린아이일수록 표정하나하나를 다 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학년일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뚜렷합니다. 저학년과 고학년이 반응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이 두 범위를 모두 아우르는 것이 기획의 포인트였습니다.

기자) 책구매 층인 학부모들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학습만화시장이 팽창하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 일 것 같습니다.

홍재철) 지금 학부모들은 386세대입니다. 그들은 중고등학교 때 만화잡지를 보고 큰 세대고 따라서 만화에 대한 구매력이 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좋은 영향을 받았고 즐겨 읽었던 만화가 학습만화로 나온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윗세대 부모들은 다릅니다. 아이들에게 일단 만화를 사주지 않고 이미 그들의 자녀들은 너무 커 학습만화의 독자층이나 구매층이 아닙니다. 7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보면 학원과 학교때문에 정말 바쁩니다. 컴퓨터와 게임은 부모로부터 원천봉쇄당하고 그러다보니 잠깐 여가를 즐길 때 학습만화를 보게 되는 것이죠. 부모들이 모바일이나 인터넷 게임에 대한 거부감과 달리 학습만화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자) 요즘 아이들의 급변하는 취향과 빠른 싫증이 우려되기도 합니다.

홍재철) 반반입니다. 아이들이 빠르게 바뀌는 것은 사실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일본 같은 경우를 예로 들면 10년간 학습만화가 같은 형태입니다. 주류시장도 아니고 역사나 위인 만화의 타입인데 내용에 아무 변화도 없죠. 그런데 10년간 쉬지 않고 계속 찍어냅니다. 그만큼 꾸준한 수요계층이 있구요. 이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만화단행본은 3년 이상을 간 적이 없습니다. 시리즈가 완간되면 판매가 급감하게 되고 아이들의 취향이 대단히 빨리 바뀌는데다가, 시리즈라 앞 권까지 사주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학부모들의 태도도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책의 수명이 짧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시에 기획자입장으로서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기본이 되는 만화와 아이들과 사회의 변화에 빠르게 발맞춰 나갈 수 있는 만화. 이 두 가지가 ‘공존’ 할 때 학습만화 시장이 건전해지고 생명력이 길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살아남기’ 시리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이유와 이번 ‘곤충세계에서 살아남기’의 차별화 전략에 대해

홍재철) 시리즈별로 변화를 줬다는 점이 결과적으로 새로운 시도였고 그로 인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곤충세계는 현실에서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해지는 자유롭고 모험가득한 상상의 세계입니다. 백과사전 식으로 곤충세계를 설명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각 캐릭터들이 얽혀서 ‘스토리’를 이룬다는 것이 특별했다고 봅니다. 이번 4차시리즈에서는 아이들이 작아진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모험과 서바이벌을 흥미롭게 접목시켜 나갔던 것이 적절히 맞아 떨어졌다고 봅니다.

기자) 이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판매부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홍재철) 4권 빙하와 5권 화산은 한달 안에 10만권이 팔렸습니다. 지금까지 전권을 다해 360만부가 나갔습니다. ‘곤충...’편은 20일에 10만권이 나갔습니다. 기존 기록을 깬 것입니다. 책을 만들 때 3차 시리즈 대비 80~130% 정도 예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3차의 2배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정도의 예상은 하지 못했구요. 책이 나온 올해 7월말부터 ‘곤충세계’만 지금까지 36만권이 나갔습니다.

기자) 작가이자 기획자인 홍재철 선생님의 아이디어 출발점이 궁금해집니다. 좋아하는 작가나 드라마, 장르가 있나요?

홍재철) (웃음)사실..소설은 거의 안봅니다.

개인적으로 역사와 인물에 관한 책을 좋아하고 영화는 심하게 좋아합니다.

기자) 역시, 재난 영화의 이미지가 담긴 살아남기 시리즈의 액션과 상상력은 작가의 성향에서 나온 것이군요.

홍재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겠죠? (웃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미국드라마 시리즈물입니다. 제일 좋아하는 것 법의학 드라마 CIS 과학수사대, 해군 범죄수사대 NCI 같은 드라마입니다. 영화도 좋아하는데 그 중 홍콩무협영화를 즐깁니다. 무협지는 초등6학년 때부터 95년까지 10만권을 봤을 정도로 좋아하구요. 만화야 당연히 많이 봤구요. 미국 드라마 중에는 소재가 특이한 것이 많습니다. 주로 소재가 특이한건 다 보는 편입니다.

기자) 많은 체험과 도전이 ‘살아남기’ 시리즈 안에 담겨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화는

홍재철) 주로 취재를 목적으로 체험을 하러 많이 다닙니다. 그중에서 3차시리즈인 ‘동굴에서 살아남기’를 체험하러 강원도 동굴에 작가들과 함께 간적이 있는데 한 그림작가분이 폐소공포증이라 비명을 지르고 소란이 일어났죠. 지진을 담기 위해 고베 지진센터에 가서 체험을 하는 등 왠만하면 모두 직접 겪어 본 후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기자) 제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홍재철) 간접체험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정말 어려운 것은 사진자료를 모으는 일입니다. 특히 곤충 같은 경우 우리는 세부묘사를 필요로 합니다. 외국 곤충학 사이트 중 곤충을 세밀하게 그려놓은 사진을 참고로 하는데 권당 5~600개의 사진을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죠. 기억나는 일이 있는데 장수풍뎅이를 그려놓고 장수하늘소라고 썼던 일인데, 그때 회사로 전화가 500통가까이 왔었다고 합니다. (웃음) 그때마다 편집부에서 “죄송합니다”를 반복했죠.

기자) 아동 학습만화 시장의 미래에 대해

홍재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살아남기’ 시리즈 경우 대만시장을 이미 석권한바 있습니다. (웃음) 일명 대만 출판한류라고..연말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에 꼭 3, 4권이 오를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중국과 태국으로도 나갔고 앞으로 일본과 프랑스를 개척해 볼 생각입니다. 프랑스만 점령하면 유럽시장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기자) 자녀에게 어떤 아버지입니까

홍재철) 늘 바쁘다는 핑계로 많이 놀아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죠. 가끔 시간이 되면 프랑스만화 ‘할머니의 정원’을 읽어주곤 합니다. 만화를 읽어주고 싶은데 너무 대사가 많아서 주로 동화책을 읽어 줍니다.

교직생활을 했던 부친의 영향으로 홍재철은 교사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2학년 이후 ‘수학을 안 해도 된다’는 이유로 ‘생물학’을 전공했고 교사가 아닌 출판인이 되었다. 물론, 지금도 교직자가 되지 않고 출판인으로 남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영화와 무협, 각종 장르의 드라마를 즐겨보는 그의 끝없는 상상력과 호기심이 학습만화시장의 돌풍 `살아남기` 시리즈를 완성시켰다. 독자들이 기다리는 곤충 세계에서 살아남기 3편의 발표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인쇄소리와 잉크냄새가 너무 좋다는 홍재철은 타고난 출판인이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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