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고도 작은 이야기 ‘프랑스적인 삶’
위대하고도 작은 이야기 ‘프랑스적인 삶’
  • 북데일리
  • 승인 2005.12.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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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기 자신보다 훨씬 왜소하다 - 귄터 안더스”

책을 여는 한 줄의 말은 주인공의 가족이 ‘프랑스인’으로 살아야 했던 고단한 시간을 함축한다. 장 폴 뒤부아의 열두 번째 작품인 <프랑스적인 삶>(밝은세상. 2005)이 자국 내에서 받은 ‘환대’를 떠올린다면 소설이 담는 역사의 질곡을 예측 할 수 있다.

“그 시대 우리가족은 이러했다. 고루하고 반동적이고 너무나 슬픈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프랑스라는 나라와 닮아있었다. 수치와 가난을 극복했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 있음을 행복하게 생각했던 날. 농부를 경멸하여 노동자로 만들고 그 노동자들에게 추한 건물로 꽉 들어찬 괴상한 도시를 건설하게 하여 지금은 부자가 된 이 나라와 닮아 우리가족은 닮아 있었다“(본문 중)

소설은 샤를 드골과 알렝 포에르를 거쳐 현재의 자크 시라크에 이르기까지 반세기에 가까운 프랑스 역사와 정치를 주인공 폴 블릭과 그의 가족을 통해 담아낸다. 과거에는 사회주의자였다가 현재에는 신드골주의자로 변한 부모를 보며 그들의 미래를 추측해보는 자녀의 시간은 ‘혼란’ 자체다.

뛰어난 필력의 소유자 장폴 뒤부아가 가족의 쇠락과 역사의 쇠락을 묶어내는 방식을 탁월하다. 예를 들어, 1969년 4월28일 드골이 지방제도 개혁과 상원개편국민 투표에서 패배해 공직에서 물러났나는 시점에 작가는 텔레비전 앞에서 땔감도 없이 선거의 결과를 지켜보고 있을 때 갑자기 아버지가 식탁위로 푹 쓰러지며 겪은 최초의 심장병 발작장면을 담는다. 땔감이 없어 차가워진 난로였지만 선거결과를 지켜보며 나라의 운명을 걱정했던 민초들의 고단함이 동반되는 유려한 묘사방법이다.

정권이 바뀌어 가는 동안 주인공의 가족도 변한다. 그 안에서 겪는 주인공의 극심한 외로움이 후반부에 담긴다.

“안나는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아이들 또한 자기 인생에 열중했다. 어머니의 심장은 천천히 허약해져 거동이 점점 힘들었다. 이런 모든 상황 때문에 나는 세상 끝에 있는 반도에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곤충들의 불안한 세계에 갇혀서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없이 지내고 있었다. 내가 심정적으로 복잡하다는 것을 게으르고 또 안이해서 삶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갈지 더 이상 알 수 없다는 것을 공정하게 말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어떻게 이해시킬까“(본문 중)

‘세상 끝의 반도’라는 표현이 사용 될 만큼의 고립감은,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듭했지만 프랑스의 현재가 자국민의 고단함을 그리 크게 덜어주지는 못했음을 시사한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주기적으로 정신과의사를 만나기 시작한 주인공의 혼란에서는 얼마 전 일어난 프랑스 대규모 시위장면이 연상된다.

르몽드지는 책을 일컬어 “<프랑스적인 삶>은 한없이 위대하고 한없이 작은 이야기이다. 왕복운동 게임에서 제5공화국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역정이 영웅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주인공의 삶과 교차된다. 유머와 비극 사이를 오고 가는 진지하고 심각한 소설이지만,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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