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소설과 영화의 흥미로운 차이
`해리 포터` 소설과 영화의 흥미로운 차이
  • 북데일리
  • 승인 2005.12.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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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세번째 소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영화화한 감독 알폰소 쿠아론은 이전까지 `원작에 충실한 영화`를 벗어나 롤링으로부터 처음으로 `창의적인 영화적 각색`을 허용받는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전작 <소공녀>, <이 투 마마>에서 보듯 성장기의 소년소녀의 섬세한 심리를 잘 잡아내던 알폰소 쿠아론은 이야기의 뼈대를 제외한 세부묘사를 과감히 쳐내고 원작에 없는 신선한 설정으로 원작과 비교해 손색없는 성장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시 영화화돼 이달 개봉한 네번째 소설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14살, 민감한 사춘기에 접어드는 주인공들은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자` 볼드모트의 부활로 마법사들의 평화 역시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시리즈의 중간에 해당하는 호그와트의 4학년이라는 나이시점은 해리 포터와 친구들, 마법사 세계에도 모두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작용하게 된다.

이 영화의 감독은 영국의 마이크 뉴웰(63). 60년대부터 TV 시리즈로 연출력을 탄탄하게 다져왔고 영화에서는 `도니 브레스코` `모나리자 스마일`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등의 작품을 통해 서정적이고 섬세한 시선을 견지해 오던 관록파 연출자다. 할리우드에 침식당하지 않은 순수 영국산 해리 포터를 만들고 싶어하던 롤링에게는 만족스러운 감독 선택이 아니었을까. 마이크 뉴웰의 장기는 인간의 내면을 잔잔히 묘사하고 그 관계를 층층이 다듬어나가는 세밀한 표현력에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가 판타지 소설의 영화화에 합당한 선택이라는 것에는 다소의 의문이 든다.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이야기의 세세한 부분을 가지 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 간의 갈등조차 간소화시킨다. 게다가 4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론의 셋째형인 퍼시 위즐리를 비롯 윙키와 도비, 바티 크라우치, 코넬리우스 퍼지와 같은 주변 캐릭터들이 영화에서는 사라지거나 비중이 축소됐다.

덕분에 감독은 영화에서 해리포터의 외롭고 불안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묘사해낼 수는 있었지만 심리묘사에만 너무 집중한 탓에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이야기 전개에 몰두해 그만 지쳐버린다.

마이크 뉴웰은 사춘기 소년소녀의 내면묘사에는 분명 재능이 있지만 거대한 판타지의 세계를 그리는데 지나치게 소홀한 감이 있다.

사실 롤링의 원작 중심주의로 인해 해리 포터 초기시리즈의 영화화는 상대적으로 쉬웠다. 무색무취의 크리스 콜럼부스는 롤링의 깐깐한 주문에 맞춰 마치 공장에서 물건 만들 듯이 충실히 원작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1편과 2편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소설을 그대로 베껴낸 듯한 영화에 대해 관객의 반응이 좋지 않자 3편부터는 소설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도내에서의 창의적 각색을 허용케 된 것이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소설을 미리 읽고 영화를 본다면, 영화의 빠르고 듬성듬성한 스토리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원작의 환상적인 감각을 배제하고 어둡고, 불안한 해리 포터의 심리 묘사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 영화는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결국 판단은 고스란히 관객의 몫이다.

(사진설명 1.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 2.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북데일리 객원기자 원호성] cinex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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